현행 법령 상 당사자로 직접 참여한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녹음자가 대화의 당사자로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 대화를 몰래 녹음하더라도 그 '녹음 행위'만으로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사람을 형사 처벌 하면서(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이러한 방법으로 습득된 증거는 재판 또는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4조).
그런데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나누는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그 녹음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전화 통화를 녹음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이러한 방법으로 녹취한 자료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몰래 녹취한 자료를 제3자에게 배포하는 등의 경우에는 개별적 사안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그 안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이 들어있는 등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형사상 책임과는 달리,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취하는 행위는 민사상으로는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러한 녹취는 사안에 따라 피녹음자의 헌법상 '음성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 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지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해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입장이고(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36725 판결), 음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급심 법원들은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피녹음자의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피녹음자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면서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6060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등 다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인정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녹음자에게 비밀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녹음자의 비밀녹음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하면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비밀녹음으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그 중대성, 비밀녹음의 필요성과 효과성, 비밀녹음의 보충성과 긴급성, 녹음 방법의 상당성, 비밀녹음으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의 내용과 그 중대성,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위 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6060 판결).
▣ 구체적으로 법원이 위법성을 조각해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사례들을 모와봤습니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인 원고가 국회의원인 피고의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자, 위 보좌관이 동의 없이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후 그 녹취록을 기자에게 제공해 해당 녹취록 중 일부가 신문을 통해 보도된 사안에서 위 통화내용 공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1다36725 판결)
-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인 피고가 행정실장의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같은 학교 연구부장인 원고와 통화하면서 원고의 발언 내용을 동의 없이 녹취했고, 위 행정실장 및 학교법인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를 증거로 사용한 사안(대구지방법원 2022. 1. 13. 선고 2021나316060 판결)
- 중학교 교사인 피고는 자신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선배 교사인 원고가 자신에게 교무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치자 스마트폰으로 이를 동의 없이 녹취했고, 원고가 피고의 스마트폰을 빼앗아 가져가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원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이를 증거로 사용한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 피고 방송사 리포터와 촬영기사가 취재를 위해 법무법인 사무실을 찾아 직원인 원고에게 공식적인 입장을 말해 줄 사람이 있는지 묻자 원고가 "네, 전혀 안 계세요"라고 대답했고, 원고의 하체부분 영상과 원고와 음성이 담긴 위 장면을 원고의 동의 없이 피고가 이를 방송한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7. 21. 선고 2015가단5324874 판결).
▣ 이와 반대로, 법원이 위법성 조각을 인정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신고자로 인정된 공무원의 징계절차에서 사용하기 위해 공익신고자들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의 이사장 등과의 면담을 동의 없이 녹취하고, 이를 위 공무원의 징계 관련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한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 선고 2021가단5160620)
- 피고가 C 회사에서 임대차관리업무를 담당하다가 퇴직한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 및 그와 동업관계에 있는 2인과 C 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내용 등에 관해 통화를 하면서 원고의 동의 없이 이를 녹취했고, 피고 및 그와 동업관계에 있는 2인이 C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등 청구 소송에서 위 녹취서를 증거로 사용한 사안(수원지방법원 2013. 8. 22. 선고 2013나8981 판결)
▣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 위법하지 않으려면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하는가
앞서 언급한 법원의 판결례들을 살펴보면 법원은 구체적으로 ①녹음자에게 해당 녹취가 유일한 증거방법이라는 등 동의 없는 녹취를 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는지 여부 ②해당 녹취가 피녹음자의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영역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여부 ③해당 녹취를 소송이나 수사 등을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 ④해당 녹취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을 심리한 후, 위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비로소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의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 위법하지 않기 위한 조건> ① 녹음자에게 해당 녹취가 유일한 증거방법이라는 등 동의 없는 녹취를 해야 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는지 여부 ② 해당 녹취가 피녹음자의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영역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여부 ③ 해당 녹취를 소송이나 수사 등을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 ④ 해당 녹취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여부 |
녹음자에게 비밀 녹음을 통해 달성하려는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 녹음이 이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이뤄져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자의 비밀 녹음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7. 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참조).
직장 내 괴롭힘 증거 확보를 위해 하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요건들을 갖춰야 비로소 민사상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동의 없는 녹음이 직장 내 괴롭힘 존재 여부를 증명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와 같이 녹취한 자료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절차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고 평가돼야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법원에서 사후적으로 판단되는 것이고, 그러한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그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신하긴 어려우므로, 섣불리 위법성 조각사유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고 동의 없는 녹음으로 나아가는 것은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에너넷의 경우
내부 직원간 등의 갈등이 아닌 수용가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녹음이 포커스인 것 같아서 다른 방향으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초 질문의 요지는 고객의 폭언에 대하여 녹음을 할 경우 법적인 문제발생여부 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1항에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대하여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로, 고객이 폭언 등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문구 게시 또는 음성 안내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행정안전부의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4조(민원 처리 담당자의 의무와 보호) 제2항에 따라 민원인 등의 폭언‧폭행,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반복 민원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원 처리 담당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의 예방 및 치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민원 처리 담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 호출장치, 보호조치 음성안내 등 안전장비의 설치 및 안전요원 등의 배치를 해야하고 민원인의 폭언, 폭행 등이 발생하였거나 발생하려는 때에 증거 수집 등을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로써 휴대용 영상음성기록장비, 녹음전화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당사에서 녹음을 할 수 있는 전화기를 이용하여 고객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므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통화내용이 녹음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멘트로 고객과 통화전 녹음 사실을 고지하고 전수 녹음을 실시하여 사고발생 시 증거자료로 활용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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