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9. 대법원은 두 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의 통상임금 개념 요소 중 하나였던 '고정성'을 폐기함과 동시에 통상임금 개념과 판단기준을 재정립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에 통상임금의 개념 요소로 고정성을 제시했던 2013. 12. 18.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갑을오토텍 사건) 이후 11년 만에 나온 판결이며, 2018. 12. 18. 기 발생된 임금에 추가적인 지급 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무효라고 봐 고정성에 관한 논쟁을 더욱 촉발시킨 세아베스틸 사건의 하급심 판결 이후 6년 만에 나온 판결로 통상임금에 대한 불확실성을 잠재운 판결이다. 판결문을 보면 쟁점에 대한 결론은 명확하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은 대상판결에 따라 2024년 12월(또는 2025년 1월) 지급해야 할 연장 근로수당과 연차 미사용수당의 계산 방식과 같은 실무적 문제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요지
(1) 대상판결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격월 지급)뿐만 아니라 설·추석 상여금과 하계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문제된 사안이었다. 한화생명보험 사건(대상판결1)은 재직 조건부 임금이고 현대자동차 사건(대상판결2)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으로, 통상임금의 고정성 인정 여부가 1심 및 원심의 주요 쟁점이었다. 참고로 대상판결1의 경우 급여 규정 및 보수 협약상 시간 외 수당 등 산정 시 183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조항이 있었고, 단체협약상 일요일뿐만 아니라 토요일도 유급휴일로 명시한 조항이 있어 시간급 산정 기준시간도(원고들 주장 : 183시간, 피고 주장 : 243시간)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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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상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①종래 통상임금 개념에서 '고정성'을 폐기했고, ②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한 후 이를 바탕으로 재직 조건부 상여금과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을 긍정해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다만, ③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를 '원칙상 장래효'로 보되 대상판결 사건과 대상판결이 변경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통상임금 관련 사건(병행 사건)에 대해서만 '예외로 소급효'를 인정했다.
① 대법원이 통상임금 개념에서 '고정성'을 제외한 5가지 이유
▲고정성은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음(법령 부합성) ▲당사자가 임금에 지급조건을 부가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을 허용하게 돼 통상임금의 강행성에 반함(강행성)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으로 실 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해야 함(소정근로가치 반영성)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적 개념으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함(사전적 산정 가능성) ▲통상임금은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해야 함(정책 부합성)
② 대법원이 새로 정립한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이다. 다만,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하에서도 부가된 조건이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관련이 없는 경우 통상임금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③ 대법원이 인정하는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
[원칙 : 장래효] 판결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2019. 12. 19. 연장근로 포함) [예외 : 소급효] 대상판결 사건 및 병행사건(선고일 기준 계속 중인 사건)에는 적용
그동안 고정성에 대해 학계와 실무에서 많은 비판이 있었고, 법원도 종래 통상임금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고정성을 부정하기 위한 다양한 우회적 논거를 제시하며 혼란이 가중됐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준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대법원이 통상임금 관련 새로운 법리 적용 시 현장에서 발생될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고 나름의 해결 방안을 강구했음이 확인된다.
3. 실무자들의 주요 질의에 대한 검토
[질의]연차 미사용수당을 12월 말(또는 익년도 1월)에 지급하고 있음. 2024년 12월 말 지급할 연치미사용수당(2023년 근로제공으로 발생)은 통상임금 관련 종래의 법리 적용이 가능한지?
[의견]아님. 대법원은 판결문에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에 대해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적시함. 즉, 2024년 12월 말 휴가 미사용 여부가 확정돼 판결일(2024. 12. 19.) 이후에 산정하는 연차 미사용수당은 새로운 법리가 적용됨.
[질의]매월 초일부터 말일까지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익월 21일에 지급하고 있음, 2024. 12. 21. 지급할 연장근로수당(2024년 11월 제공 연장근로)도 새로운 법리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지?
[의견]아님. 대법원은 '2024. 12. 19.부터 제공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만 새로운 법리에 따라 산정할 하도록 하고 있음. 즉, '2024. 12. 18.까지 제공한 연장근로'라면 종래의 법리를 적용 가능.
[질의]연봉(월 지급액)에 고정OT수당 20시간이 포함돼 있고, 단체협약(또는 취업규칙)에 근거가 명시돼 있음. 새로운 법리에 따라 상여금을 포함해 통상임금 재산정 시 지급된 고정OT수당은 20시간에 미달함. 그러나 연장근로는 거의 없어 근로 실태 고려 시 향후 새로운 법리가 적용되더라도 계속해서 기존 고정OT수당(20시간에 미달)만 지급하는 것도 가능한지?
[의견]아님. 향후에는 새로운 법리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고정OT 20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산정해 지급해야 함(즉, 회사의 산정 방식에 따른 고정OT수당과 차액분을 지급해야 함). 참고로 대상판결1의 원심상 상기 질의와 동일 사안이 쟁점이었으나 원심은 일정 시간을 연장근로시간으로 간주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면 실제 연장근로시간이 합의된 시간에 미달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다툴 수 없다고 봐 고정OT수당 차액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함.
[질의]단체협약(또는 취업규칙)상 연장근로수당 지급을 위한 시간급 산정 시 '통상임금/183시간'으로 계산하라는 조항이 있음. 회사는 단체협약상 일요일 및 토요일도 유급휴일임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상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 243시간이라며 새로운 법리에 따르더라도 지급할 차액이 없다고 주장하나 183시간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견]아님. 대상판결1에서도 보수 협약 등에 시간급 산정 시 '회사의 통상임금/183시간'을 적용한 조항이 있었음. 그러나 대법원은 유급휴일인 토요일의 유급 시간을 4시간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봤고, 근로기준법상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시 기준시간을 243시간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판결함. 이는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을 기준으로, 가산율은 단체협약 등을 기준으로 하는 등 서로 다른 각 규정에서 유리한 것만을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종래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함.
[질의]재직 조건부(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의 지급 방식 자체를 무효라고 봐야 하는지?
[의견]아님. 대상판결2의 1심 및 원심에서 원고들은 임금에 부가된 근무일수 조건이 무효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대상판결2에서 이를 인용하지 않았음.
4. 마치며
다수의 기업이 대상판결이 나온 직후 2025년 임금 동결 또는 증가된 연장근로수당 고려해 임금인상률 최소화, 연차 사용 촉진 일수 확대. 교대제 개편과 유연근로시간제 활용을 통해 수당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 최소화,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지급 주체 변경, 일부 수당 복지포인트로 전환, 고정OT수당 시간 수 축소, 임금체계 개편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년 임금을 동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점차 줄여왔던 기업들의 사정과 현실적인 한계(대부분의 대응 방안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나 동의 필요)를 고려하면 고심하는 대응 방안의 시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인사담당자들에게 쉽지 않은 개선 방안 마련에 집중하기보다는 먼저 급여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법적 검토를 선행할 것을 권하고 싶다. 대법원이 소정근로 대가성과 무관한 조건이 부가된 임금(운수회사 무사고 수당, 최소 지급률이 없는 성과급 등)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는 점, 단체협약 등에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토요일 유급휴일)이 있거나 지급률이 법정 지급률을 상회한다면 근로기준법상 시간급 통상임금과의 차액만 지급하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점, 임금성 자체가 부정(경영성과급, 복지포인트)된다면 통상임금도 부정된다는 점을 법적 검토 시 참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