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같은 마음....

인사, 노무이야기

크게 말하니깐 자연스럽게 녹음된 것일 뿐: 사무실 대화녹음의 법적 논쟁

마크6 2024. 4. 24. 09:33
728x90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에 내장된 녹음 기능 활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으로 모든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있고, 통화 녹음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에 설치 가능한 통화 녹음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합니다.

인사노무 실무에서도 이와 같은 녹음 기능을 자주 활용합니다.

인사위원회를 비롯해 녹취록 제작이 필요한 회의 내용을 녹음하는 경우도 있고, 전화 통화를 통해 상사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은 경우 그 통화 녹음을 다시 들으면서 놓친 사항이 없는지 체크해 보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제3조 제1항, 제14조),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합니다(제16조 제1항 제1호).

즉,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닌 자신이 포함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6도4981 판결), 자신이 참여해 대화하는 회의 내용을 녹음하거나 상사가 업무 지시를 한 전화 통화를 녹음해 업무에 참고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닙니다.

문제는 사업장 내에서 '가청거리'에 있는 타인 간의 대화를 그 대화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녹음한 것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녹음기를 켜둔 채 업무를 실시하는 경우 녹음자 자신의 대화 외에도 인근에 위치한 다른 직원들 사이의 대화까지 녹음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경우에 자신은 녹음기를 켜 놓고 있었을 뿐이고, 가청거리에서 대화자들이 대화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녹음이 된 것이므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가청거리에 있는 제3자 사이의 대화 내용이 기업의 비밀이거나 최소한 외부에 공개되는 것이 적절치 않은 내용일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됩니다.








가청거리 대화가 자연스럽게 녹음되었더라도 타인 간 대화녹음은 정당화 될 수 없어



지금까지의 관련 대법원 판결 및 그 후속 하급심 판결의 입장을 종합하면 기업의 사업장 내지 사무실 내에서 가청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라고 하더라도 녹음자가 참여하지 않은 채 타인들끼리 이루어지는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충분히 평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사무실에 있는 동료 일부가 가청거리에 있는 상태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하더라도, 녹음자가 그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당해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합니다.

또한 사무실 등에서 직장 동료들끼리 일반적으로 나누는 업무상 또는 친목 목적의 대화를 대화 당사자들이 일반 공중에 공개하려고 의도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당해 대화의 비공개성이 인정될 소지가 큽니다.

설령 녹음자가 자신도 듣고 있었던 가청거리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은 녹음기를 항상 켜놓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녹음이 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가청거리에 있는 타인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가청거리에 있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문제된 사건에서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자신이 당해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당해 대화가 공개된 대화로서 녹음이 가능한 대화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차별 녹음 행위는 징계처분 조치 가능


따라서 기업 내에서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을 남용해 사무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타인 사이의 대화를 무차별적으로 녹음하는 직원이 있다면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내지는 직장 내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취업규칙 등을 근거로 해 형사적 조치 내지는 직장 내부적인 징계처분 등의 조취를 취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법원이 최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음성권)를 갖는다고 하면서 대화 상대방 허락 없이 그 사람의 발언을 녹음·촬영해 영화에 포함시켜 공개한 행위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는 점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 21. 선고 2020나47936 판결).


예외도 존재하므로 녹음 경위 및 이유 확인이 필수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 대화의 비공개성이 부정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책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앞서 살펴본 서울고등법원 2022노1909 판결은 대화 장소였던 사무실 바깥에도 충분히 들리는 정도의 목소리로 다른 동업자를 비판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내용의 대화를 진행했던 사례에서 사무실 밖에 있던 타인이 사무실 밖까지 들리는 사무실 안의 대화를 녹음한 것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습니다.

즉, 이 사례는 해당 발언자가 사무실 내에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 외에 사무실 밖에 있었던 다른 학원 구성원들에게도 자신의 발언을 청취하게 하려는 의도, 즉 일반 공중에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큰 사건이었습니다.

사업장 내에서 개인 간에 이루어진 대화라고 하더라도 발언자에게 해당 대화를 사업장 내 다른 구성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공개적인 장소에서 다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한 것이었다는 점 등이 인정되면 이를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책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무적으로 사업장 내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한 사람에 대한 형사적 조치 등을 검토할 때는 그 녹음 경위 및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HR포스팅은 월간 노동법률 2024년 4월호에 실린 기사 《가청거리에서의 제3자 무단 녹음에 대한 판결의 동향과 평가》기사를 일부 인용하여 제작했음을 알립니다.

기사 전문은 월간 노동법률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실무초밀착 HR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번에는 좀 더 실무에 밀착된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인사노무 실무적으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장재혁 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