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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속보> 해고 문턱 낮춘 대법?...재정적 어려움 없이도 정리해고 필요성 인정

마크6 2024. 6. 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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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라 관리 어렵다며 경비 업무 외주화한 아파트...대법 "부당해고 아냐"

아파트 경비업무 외주화 문턱을 낮출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재무적인 어려움이 없더라도 운영상의 어려움이나 비용 절감 필요성이 있다면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할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다.
대법원 판단으로 향후 일반 기업에서도 정리해고 정당성이 손쉽게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제1부(재판장 오경미 대법관)는 A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중노위 측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원심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비용상 문제 등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업무 관리방식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한 것에는 객관적 합리성이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임금 인상ㆍ노무관리 어려움에 경비 외주화…중노위 "부당해고"
 
근로자 B 씨는 2006년부터 서울 강남구 A 아파트 경비반장으로 근무하다 2018일 2월 해고됐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경비원을 고용하던 자치관리 방식에서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맺는 위탁관리 방식으로 바꾸게 되면서다.
대신 기존에 일하던 경비원 전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정년을 70세로 연장하겠다는 등 고용 보장 조치도 함께 제시했다.
 
B 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는 B 씨 손을 들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가능한데, 서울지노위와 중노위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는 등 경영상 필요가 없었다고 봤다.
 
이에 반발한 입주자대표회의는 법원에 소송을 냈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판단할 때 일반 기업과는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주장이었다.
일반 기업과 같이 재무적으로 정리해고 필요성이 있는지 살필 것이 아니라 경비업무를 외주화하게 된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입주자들의 금전적인 부담이 늘었고 경비원들의 임금에 대해 민형사상 분쟁이 발생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비원이 100여 명에 달해 노무관리가 곤란한 상황이고,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업무분장 분쟁이 생겨 위탁 관리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운영상 어려움, 비용 절감'도 정리해고 사유...부실한 논증에 비판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주장한 사정만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들의 의사를 모아 아파트 관리방식을 위탁관리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해고해야 한다면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위탁관리가 관리비용, 노무관리, 업무 효율 등에서 우월하다는 정도만으로 정리해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에선 다른 판단이 나왔다.
2심은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자치관리가 어려워진 점 ▲입주자대표회의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관리능력이 없는 점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 비용상의 문제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인정했다.
 

중노위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경비원을 직접 고용해 관리하던 다른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경비 업무를 손쉽게 외주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은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경비 업무를 위탁관리로 변경하려다가 해고 제한 규정에 가로막히곤 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정리해고에 대해서도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사용자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라는 특수성이 있었음에도 원심과 대법원은 이 판단이 아파트 관리방식을 변경하는 상황에만 한정된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인정해야 할 근거를 구체적으로 논증하는 대신 원고 측 주장을 그대로 차용했다.
 
B 씨 측을 대리한 서희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경영상 위기 없이 단순히 인사노무 관리 편의성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진 정리해고를 긴박한 경영상 필요로 인정한다면 향후 정리해고의 정당성이 넓게 용인될 수 있어 고용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그러나 원심과 대법원은 충분한 논증 없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정리해고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어 대법원 판단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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