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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는 첫 대법원 판결

마크6 2023. 11. 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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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대상판결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6다255941 전원합의체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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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기계약직과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관한 최근 판결 동향

최근 수년간 정부 주도 하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 수가 급증했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점은 정규직과 유사하나, 정규직과 별도 직군으로 분리돼 근로조건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 이들을 둘러싼 차별 이슈가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단시간, 기간제, 파견 근로자들과 달리 무기계약직은 차별 금지를 규정한 개별 법률이 없기에,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 문제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금지하는 차별로 볼 수 있는지가 주로 다퉈졌고,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종래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소수 있었으나, 근래에는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는 판결례가 주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11. 선고 2020가합537058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5. 선고 2020가합562672 판결). 공기업의 무기계약직, 재단법인 소속 무기계약직에 대해서도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봤다.  다만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은 없던 상황이었는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상판결의 내용과 의의에 대해 살펴본다.

 


2. 사안의 개요 및 소송 경과

가. 원고들은 공무원이 아닌 국도관리원들로서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직)을 체결하고, 도로 유지·보수업무 또는 과적차량 단속 등 업무를 했다. 피고(대한민국)는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들에게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수당, 출장여비 등을 지급했으나, 무기계약직인 원고들에 대해서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비교대상 근로자인 운전직·과적단속 공무원들과 자신들을 달리 처우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미지급 수당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 제1심과 항소심은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는 해당하나, 이들과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이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차별적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상고심에서도 ①무기계약직(공무직) 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②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이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③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다수의견(7인) - 상고기각

1)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 :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부정

2)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 부정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을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삼을 수 없음. 따라서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에 관해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가 원고들에게 차별적 처우를 했다고 볼 수 없음.

3) 공통 판단근거 

(ⅰ)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 공무원은 헌법상 직업공무원 제도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청렴의무, 종교 중립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정치운동이나 집단행위도 금지되는 등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음. (ⅱ)근무조건의 결정방식 : 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예산을 고려해 법령으로 정해지고 공무원의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되므로, 공무원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음. 반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은 노동3권의 행사에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음. (ⅲ)공무원 보수의 성격 : 공무원의 보수는 근로의 대가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 제도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함. (ⅳ)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고, 공무원의 담당 업무는 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음. 공무원의 봉급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종류, 계급, 직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담당 업무를 기초로 설정된 것이 아니므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지위 및 근로조건 결정방법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무원과 같은 처우가 보장돼야 할 근거가 되지 못함. 원고들은 근로계약기간 중 공무원 채용절차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됨으로써 업무 및 보수에서 공무원과 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음.

나. 별개의견(1인 : 대법관 권영준)

1)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 : 긍정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은 후천적 지위도 포함하는 개념이고, 개인의 선택이 개입되는 지위도 포함되며, 계약과 신분은 양립할 수 있음. 무기계약직에 수반되는 근로조건의 틀은 법령과 정책에 따라 형성된 측면이 있고, 그 체계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함.

2)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 긍정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성은 차별 처우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유동적, 상대적 개념이고, 그 문턱을 가급적 너그럽게 보는 것이 타당함.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은 원고들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비교대상이 될 수 있음.

3)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 : 긍정

국도관리원과 공무원은 신분적 특성과 보수체계에서 차이가 있고 가족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단체협약에 따른 것으로, 단체협약으로 전체적인 근로조건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 수당체계를 일부 조정한 결과인 점 등을 고려하면 불리한 처우에 합리적 근거가 있어 차별이 성립하지 않음.

다. 반대의견(5인 : 대법관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이흥구, 오경미)

1)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 : 긍정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상 지위는 자신의 의사나 능력 발휘로 쉽게 회피할 수 없고 한 번 취득하면 장기간 지속되는 성격을 지니는 점,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낮은 사회적 평가가 고착되므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봐야함. 사회적 신분이 비교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라고 할 수도 없음.

2) 공무원의 비교대상성 : 긍정

근로기준법 제6조의 비교대상 근로자의 상정은 업무 내용이나 노동의 가치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함. 비교대상 근로자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 운전직·과적단속직 공무원은 원고들과 동일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므로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음.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는 다수의견은 비교대상성과 차별적 처우의 합리성 판단을 혼동한 것이고, 비교대상성을 상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어서 예측가능성도 떨어지며, 근로기준법 제6조의 의미나 관련 법률의 체계적 해석에 반하고,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 사안에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인정한 대법원 선례 취지에 반함.

3) 불리한 처우에 대한 합리적 이유 : 부정

불리한 처우의 합리적 이유 판단 시 비교대상 공무원의 특수성이나 단체협약에 의해 원고들의 보수체계가 결정됐다는 사정도 고려돼야 하나,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 관련 요소보다 더 중요하게 참작돼서는 안 됨. 가족수당은 공무원의 종류, 직급, 업무의 내용과 관계없이 오로지 부양가족의 존재와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원고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성이 없고, 성과상여금은 근무성적, 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급여 항목인데, 원고들에게는 업무실적과 성과에 따른 보상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합리적 이유가 없음. 따라서 피고는 차별적 처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

 


4. 대상판결의 의의 및 특이점

대상판결은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공무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해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다툰 사안에서,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 여부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몇 가지 특기할 만한 점으로 첫째, 대법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 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으로 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고,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를 비교대상으로 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며,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도 아님"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르면 일반 사기업 영역에서의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 사안에서의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둘째, 대상판결(다수의견)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 판단 시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비교 근로자의 비교대상성'을 한꺼번에 두루 검토해, 두 요건이 인정되는 경우에 더 나아가 불리한 처우의 합리성 유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즉 공무원의 지위 및 근로조건 결정방법 등 공무원의 특수성을 공통된 근거로 해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해당성' 및 '비교 근로자의 비교대상성'을 한꺼번에 검토·판단했는데, 이는 두 쟁점을 각각 별개로 검토·판단해 온 기존 판결례와는 다른 판단방식이다. 또한 다수의견은 비교 근로자의 비교대상성 판단 시 (반대의견과 달리) 업무의 내용, 성격뿐만 아니라, 해당 업무에 수반되는 신분적 제약이나 책임, 의무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기간제법 등에 기초해 업무의 동종·유사성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셋째, 대상판결은 무기계약직이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사회적 신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반대의견이 지적했듯 사회적 신분을 비교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으로 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다만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3인)은 "다수의견이 사회적 신분을 그 실체가 없는 상대적 개념으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의 차별이 문제되는 구체적 영역과 상황에서 사회적 신분이 가지는 차별금지 사유 내지 표지로서의 기능을 고려해 사회적 신분 해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한편, 그 비교대상성도 아울러 판단한 것"이며, "사회적 신분 개념을 절대적·획일적으로 파악해, 근로 내용이 유사하기만 하면 그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근로조건의 차이를 사회적 신분에 기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는 것은, 근로의 내용적 요소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성격이 혼합된 사회 각 영역에서 제공되는 업무의 특수성과 개별성을 도외시하고, 오직 근로조건의 측면에만 주목함으로써 끝없는 집단 간 비교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재생산하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사회적 신분 해당성과 이를 전제로 하는 비교대상성은 일률적으로 파악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로 영역과 사안에서 두 근로자 집단을 본질적으로 동질한 선상에서 비교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 관련되는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다수의견에 대한 오해가 없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는 찬동한다. 다만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여부를 일반적으로 부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공무원에 대한 관계인지와 상관없이,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합치돼야 성립되므로,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며,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그러한 소용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으므로 선택 불가능한 계속적·고정적 지위가 아니다.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 정한 대우(보수, 승진 등)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으므로, 근로자의 특정한 인력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대법원이 사기업에서의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 사안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해석과 적용이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갖도록 합당한 판단 기준을 세워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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