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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노무이야기

우리가 모르는 직장괴롭힘 원인제공자

마크6 2023. 10. 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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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법제화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무릇 모든 제도가 그렇듯 당초 도입 목적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새로운 유형의 괴롭힘이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은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을 ‘사람’의 문제로 접근한다. 괴롭힘 행위를 행한 자(가해자)와 당한 자(피해자)의 관계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동을 한 ‘행위자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행위자는 대부분 조직 내 상급자이고, 관련법에서도 ‘직장 내 지위’를 먼저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발생 원인에 따라 분류하면 단연 상사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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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직장 내 괴롭힘이 전부 사람만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모르고 있는 원인 제공자가 있는 경우도 있다.

다음 사례를 보자.

# 월요일마다 병가를 내는 직원이 있다. 입사한지 5개월 된 MZ세대 직원 A씨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주에도 월요일 병가를 신청한다. 네 번째 월요일 병가 신청이다.

이번에는 그냥 넘길 수가 없다. “A씨, 당신 월요병이야? 월요일이면 몸이 저절로 아파. 겉은 멀쩡한 데 속은 곪았나 봐. 진짜 아픈 건지 봐야겠으니, 화요일출근할 때 진단서 가져와.”

화요일에 출근한 이 직원은 진단서를 제출하기는커녕 팀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참고로 이 회사의 병가규정은 다음과 같다.


취업규칙 제15조(병가)
① 각 사업부서의 장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연간 60일(유급)의 범위 안에서 병가를 허가할 수 있다.
② 병가기간 중 휴일은 병가일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병가기간이 30일 이상 계속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③ 연간 6일 이상 병가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당신은 괴롭힘의 발생 원인이 누구한테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병가규정을 악용한 팀원이 원인 제공자라고 본다면 당신은 팀원 입장에서 ‘꼰대’가 된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서류를 요구한 팀장이 문제라는 것인가. 조직관리의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 는 팀장이 의심스러운 행동에 대해 확인하고자 한 행위를 무조건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사례의 원인을 그동안 해 온 습관처럼 ‘사람’의 문제, 즉 팀장이나 팀원의 문제로 돌린다면 결국 회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것이 되고, 이런 유형의 갈등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누구의 문제일까?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유형의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사건의 발생 원인이 ‘눈에 보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규정의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분석에서 ‘조직문화적 관점’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대해 정하고 있는 취업규칙 내용의 대부분은 10년, 20년 전의 규정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역사가 오래된 기업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공·사기업을 막론하고 최근 규정과 관련해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있는 다툼이 바로 앞에서 든 ‘병가’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 사례이다.

XY세대에게 ‘병病가’는 단어 그대로 ‘아플 때 쓰는(그것도 회사 눈치 보면서)’ 것인데, MZ세대에게 ‘병가’는아플 때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쉬고 싶을 때 쓰는 ‘제2의 휴가’일 뿐이다.

회사 규정에 6일째부터 제출하게 되어 있는 ‘진단서’를 4일째 병가에 제출하게 지시했으니, 팀원 눈에 팀장은 규정도 제대로 모르고 자기를 괴롭히는 괴팍한 상사로 보일 뿐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빛바랜 규정을 현실정에 맞게 고쳐야 한다.

10년, 20년 전, 즉 지금의 관리자들이 팀원이었을 때는 병가가 지금처럼 문제 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병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MZ세대들은 더 이상 병가를 아플 때 쓰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6일 이상 병가는 진단서를 제출하게 하면서도 5일까지의 병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애매한 규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5일 이내의 병가는 ‘진단서’가 아닌 ‘진료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한다는 등으로 고치는 것이다.
여기서는 ‘병가’를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근로계약서 양식, 수습평가서, 연차휴가 신청절차 등 손봐야 하는 낡은 규정이 한둘이 아니다.
이처럼 오래된 낡은 ‘규정’에서 비롯되는 세대 간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시대에 맞게 룰을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직 내에서 공정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osted by 최영우 원장
중앙경제HR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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