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성과상여금 전액'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정해지는 성과상여금이라 할지라도 당해 연도(지급되는 연도)엔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된다며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현직 근로자 222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성과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준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 "성과상여금=통상임금"…근로자 측에 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기술개발산업에 대한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선 기본연봉과 직무급만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근로자들에게 연장ㆍ야간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해 왔다.
이에 근로자들은 '성과상여금'과 '경영평가성과급', '파견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임금 청구 소송에 나섰다. 근로자 측은 세 가지 모두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는 세 가지 모두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거나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세 가지 중 가장 큰 쟁점은 성과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성과상여금은 개인의 근무실적을 토대로 지급하는 성과연봉을 말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성과상여금의 경우 평가에 따른 등급(S~D등급)이 정해지기 전까지 지급액이 확정되지 않아 예측이 불가능하고, 입사 3개월 미만의 신규 직원에게 지급되지 않으니 고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당해 연도에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정해지고 지급액도 업무실적에 따라 일부 차이가 발생하지만, 성과상여금 산정을 위한 전년도 업무실적 자료가 확정돼 지급 여부도 이미 확정된 것"이라며 성과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다만, 성과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보진 않았다. 1심은 최소지급액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는데, 이때 최소지급액은 근무실적 가장 최저 등급인 D등급에 해당하는 성과상여금이다. 법원은 근무실적이 최하위라도 D등급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D등급에 해당하는 지급액만 고정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그 외 등급에 대한 지급액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받는 경영평가성과급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1심은 "매년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달라지고, 낮은 등급을 받았을 경우의 최소 지급률도 0%(D, E등급)이므로 고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파견 간 직원들에게 매월 20만 원 지급하는 파견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다. 법원은 파견직원이 제공한 소정근로의 질을 회사가 평가해 수당을 지급한 것이니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정 범위 '최소지급액→전액' 확대
쌍방 항소로 이어진 2심에서 재판부는 1심보다 한발 더 나아가 성과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2심은 "구체적인 성과상여금 지급액은 당해 연도 상반기 중에 결정되지만 이를 이유로 직원들이 최저 등급인 D등급을 받더라도 지급이 보장되는 최소한도 성과상여금(최소지급액)만 고정성이 인정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성과상여금은 근로자가 당해 연도에 업적ㆍ성과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기에 소정근로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 같은 내용으로 하는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경영평가성과급을 제외하고 성과상여금 전액과 파견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통상임금을 지급할 경우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하게 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을 재산정했을 때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은 약 25억 원인데, 회사의 수익 규모 등에 비춰 봤을 때 이로 인해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상한 지침은 위법"…시간외수당 추가 지급도
이번 임금 청구 소송에서 시간외근무수당에 대한 추가 지급 여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근로자 측은 회사가 초과근로 허용시간과 최대인정시간, 지급한도액을 제한해 실제 초과근로시간과 다르게 일부만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지급됐다며 최대인정시간을 넘는 초관근로시간 전부에 대한 시간외근무수당 추가 지급을 요구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선 지문인식시스템을 이용해 출입기록을 관리하고 출입기록에 따라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해 왔다. 다만, 초과근로 최대인정시간과 지급한도액을 제한했다. 최대인정시간과 지급한도액 등은 직급별로 차이가 났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실제로는 최대인정시간을 넘는 초과근로를 했음에도 회사 지침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을 거절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근로자들은 실제 초과근로시간에 상당하는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간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보고ㆍ승인 절차, '일종의 통제장치'가 없었던 사실 등을 감안해 지문인식시스템에 기록된 초과근로시간 중 당직근무일, 동호회 활동일 등을 제외한 60%만 시간외근무시간으로 인정했다. 이는 소송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주장한 것이기도 해 법원이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법원에선 시간외근무수당 미지급액을 잘못 계산한 원심의 오류를 바로잡았을 뿐, 시간외근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을 마지막까지 유지했다.
"공공 통상임금 범위 확장될 것"…확대 가능성은?
근로자 측을 대리한 문성덕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이 공공기관의 성과상여금에서 최소지급액이 아닌 '전액'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본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문 변호사는 "전년도 근무가 없는 신규 입사자가 당해 연도의 근무기간이 3개월 이상이면 성과상여금을 지급했다는 점, 반대로 퇴사자에게는 성과상여금 전부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당해 연도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일할 계산한 성과상여금을 지급했다는 점을 근거로 성과상여금이 전년도 근무에 대해 지급 시기만 당해 연도로 늦춘 것이 아니라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당해 연도에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적이라 보고 성과상여금 전액의 고정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근로자들이 공공기관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선 성과상여금의 최소지급액만 고정성을 인정한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해 4월엔 국민연금공단이 내부 평가를 거쳐 지급하는 내부평가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평가와 관계없이 최소한으로 받는 금액은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을 충족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판결이었다. 반면, 지난 2020년 한전KPS에선 내부평가급일지라도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이러한 판결 흐름에서 성과상여금 전액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본 이번 판결은 그 의미가 크다. 문 변호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지급 형태가 유사함에도 전액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고 있거나 최소지급액만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공공기관들의 경우 통상임금 범위가 큰 폭으로 확장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외근무수당에 대한 추가 지급 판결에서도 확장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 변호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시간외근무수당 지침과 같이 실제 시간외근로시간을 무시하고 '시간외근로 상한'을 일괄적으로 정한 곳이 많다"며 "이번 판결은 그러한 지침의 효력을 무효로 보고 실제 시간외근로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해 타 기관에서 두고 있는 유사한 성격의 지침 효력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간외수당 청구 소송에서는 연장근로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가 관건이 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지문인식시스템의 기록을 신뢰해 이를 기초로 시간외근로시간의 증명이 가능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다른 시간외수당 청구 소송에서 근로시간을 증명하는 데 참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sted by 이동희 기자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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