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막는 회사, 예상치 못한 일들!
A회사에 재직 중인 홍길동 씨는 B회사에 지원을 했고 입사가 결정되었습니다.
인력이 급했던 B회사는 홍길동 씨에게 7일 후에 입사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홍길동씨는 재직중인 A회사에 7일 후에 퇴사하는 일정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A회사는 급하게 퇴사하려는 홍길동 씨를 못마땅해 하였고, 사규에 따라 한 달 후에 퇴직 처리하겠다고 통보하였습니다.
한편, B회사 측에서는 홍길동 씨에게 7일 후에 입사하지 않으면 입사포기로 간주하여 합격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합니다.
고민 끝에 홍길동 씨는 A회사에서 퇴사 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B회사로 이직을 결심합니다.
이상의 가상 사례는 실제 노동환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슈 중에 하나입니다.
직원이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를 하는 경우, 회사로써는 해당 직원을 대체할 인력 확보 및 인수인계를 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업무상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많은 회사에서는 사규로 직원이 퇴사하고자 하는 경우 일정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원이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퇴사하지 않은 상태로 이직을 할 경우, 해당 직원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실무초밀착 HR포스팅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Q1. 회사와 퇴사일에 관한 의사가 합치되지 않는다면 퇴사일은 언제인가요?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 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근로자 일방의 사직 의사표시에 따른 근로계약의 해지에 관해서는 노동관계법상에 규정된 바가 없으므로, 사인간의 법률관계를 규정한 민법 규정을 적용하여야 합니다.
민법 제660조에 의거, 일반적인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한 당기 후 1기가 지나면 근로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다만 사규를 적용하였을 때 이상의 민법상 퇴직일보다 빠르게 퇴직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우선하여 적용되어 사규에서 정한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근로관계가 종료됩니다(아래 판례 참고).
<대법 96누5087, 1997.07.08.>
근로자가 사직서를 사용자에게 제출한 경우 근로계약관계는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하여 합의해지(의원면직)가 성립하거나 민법 제660조 소정의 일정기간의 경과로 사직서제출에 따른 해지의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종료되는 것이나, 민법 제660조는 근로자의 해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정으로서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는 한 그 기간이나 절차에 관하여 취업규칙에 이와 달리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자가 사직할 때에는 일정한 기간내에 사용자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는 경우 근로자가 제출한 사직원을 사용자가 승인을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데도 승인을 하지 아니하고 있을 때에는 위 법조 소정의 기간(취업규칙에서 이보다 짧은 기간을 규정한 때에는 그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근로관계는 종료된다.
예를 들어 임금 산정기간이 매월 1일부터 말일이며, 익월 10일이 임금지급일인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10월 30일에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라면, 당기 후의 1기가 경과된 <12월 1일>에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민법상 원칙입니다.
다만, 사규에 “근로자가 퇴사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자에게 퇴사일로부터 3주 전에 통보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10월 30일로부터 3주 뒤인 11월 20일에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Q2. 이전 회사에서 퇴사하지 않은 상태로 이직할 경우 이중취업이 문제될 수 있나요?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겸업에 대하여 특별히 정한 바가 없으므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에서 규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고(근로개선정책과-6625, 2012.12.05),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는 사규로 겸직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재직 중인 근로자가 겸직하는 회사에 회사 기밀을 유출하거나, 혹은 회사에서 부여한 역할에 충실히 임하지 못할 것을 방지하는 취지의 규정이므로, 해당 사안에 이를 적용하여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직하는 회사에는 이전 직장에서 퇴사처리가 지연되어 불가피하게 이중취업 상태가 단기간 발생할 수 있음을 알리면 됩니다.
Q3. 이전 회사에서 무단결근 처리를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퇴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여전히 존속하는 상태이므로, 근로자에게는 출근 의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해당 기간에 출근하지 않는다면, 회사가 이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만약 근로자가 1년 이상을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무단결근 처리는 퇴직금 액수 산정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은 퇴직일 이전 3개월 간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무단결근 기간이 평균임금 산정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위 절차에 따라 산출된 평균임금이 그 근로자의 통상임금보다 적다면, 그 통상임금액을 기초로 퇴직금을 산정하게 됩니다(임금복지과-2531, 2010-12-27).
Q4. 인수인계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퇴사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실제로 회사가 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사규 또는 근로계약에서 해당 조항을 두고 있더라도, 실제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단지 추측이 아닌 회사가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실제 손해가 발생해야 하고, 그것이 근로자의 퇴사로 인해 발생하였다는 인과관계 또한 명백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인과관계 판단에는 계절적 요인, 다른 손해발생 요인, 회사가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 등도 같이 고려하고 있으므로, 설사 손해가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전액을 배상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근로자가 회사의 인수인계 지시에도 불구하고 20년 10월부터 무단으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 회사가 5,200만원 상당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손해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한 소에 대해, 회사의 매출액이 20년 7~9월까지 계속 감소하여 왔던 점과, 8월에 비해 9월의 매출액 감소폭이 증가하였다가 근로자가 퇴사한 10월에는 매출액 감소폭이 오히려 줄어든 점에 비추어 손해의 발생과 근로자의 무단 퇴사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판결을 내린 바 있고(서울중앙지법 2020가단5281957 판결),
또한 광주지방법원에서는 22년 1~4월 간 월 평균 매출이 약 9,550만원 이었으나, 근로자 두 명이 인수인계 없이 무단으로 퇴사하여 당해 6월 경 매출이 약 4,100만원으로 감소했다고 주장하며 근로자 두 명에게 각각 2,500만원, 1,000만원을 배상할 것을 청구하는 소에 대해, 근로자들이 인수인계 없이 무단으로 퇴사한 것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였으나, 매출액 감소가 온전히 피고들의 퇴사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여 손해배상액을 각각 100만원, 30만원으로 산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광주지법 2022가단62458 판결).
이상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나, 회사로써는 까다로운 손해배상 입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한편, 손해배상이 일부 인정된다 하더라도 소송 비용을 고려할 때 그 실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Q5. 이전 회사에서 퇴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는 이중으로 4대보험을 가입한 것이 되나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둘 이상의 사업장에 취업할 경우 고용보험에서만 <고용보험법 제18조>에 의거 이중 가입이 제한되어 주된 사업장에서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산재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에서는 이중으로 보험으로 가입하는 것이 가능하여 각 사업장에서의 보수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기존 회사에서 남은 근로일을 무단결근으로 처리한 경우에는, 근로자의 소득에 일정 요율이 부과되어 부담분이 결정되는 4대보험료 또한 납부되지 않거나 공제되어 부과될 것이므로 4대보험 이중 가입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며.
최근 사회학에서는 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였습니다.
이는 직업을 의미하는 '잡(job)'과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호핑(hopping)'이 결합된 단어로, 경력과 전문성을 쌓기 위해 여러 번 이직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는 근래 노동환경에서 그 만큼 이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빈번한 이직 중에, 본문 가상의 사례처럼 근로자로써는 불가피하게 두 회사의 사정을 모두 배려하기 어려운 사정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퇴사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는 회사 뿐 아닌 근로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기존 회사에는 휴일이라도 출근하여 인수인계를 할 것을 알리는 등 협조의사를 밝히고, 회사에서는 근로자의 새로운 출발을 배려하는 등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Posted by 홍창범 노무사
우리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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