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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들어가며
2000년대에 들어 사내도급-불법파견 분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고 제조, 서비스, IT, 공공기관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기준도 체계화돼 2015년에는 다섯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판결들은 해당 기준을 적용해 판시하고 있으나, 일반적 요건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함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결론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지난 4월에는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 수납 업무도 불법파견으로 인정됐다. 불확실한 규율 속에서 사내도급-불법파견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업의 내재화, 대형화 경향은 수차례 경영 위기를 거치며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해체되고 있다. 유수의 MBA에서는 핵심역량을 제외한 사업영역의 외주화를 강조하고, 정보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은 기업 간 분업·협업에서도 유기적이고 효과적인 결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변화를 지원한다. 게다가 제조업을 비롯한 원가경쟁의 심화,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은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 슬림하고 효율적인 조직구조를 지향하게 한다. 전 산업군에서 외주화가 가속화되면서 외주화 대상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BPO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불법파견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이러한 시장의 필요와 흐름에 법체계가 구체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조직은 불법파견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분쟁 과정에서 집단화된 이해관계는 심각한 노사갈등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집단화된 불법파견 이슈는 개별근로관계를 넘어 사업구조를 위협하는 조직적 리스크가 된다.
이하에서는 최근의 법원 판결과 주요 시사점을 정리하고 기업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적법한 외주화, 도급계약을 설계하고 운용하기 위한 운영방안을 제시해 보겠다.
[노동법률]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들어가며
2000년대에 들어 사내도급-불법파견 분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고 제조, 서비스, IT, 공공기관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기준도 체계화돼 2015년에는 다섯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판결들은 해당 기준을 적용해 판시하고 있으나, 일반적 요건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함에 따라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결론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9년 한국도로공사에 이어, 지난 4월에는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 수납 업무도 불법파견으로 인정됐다. 불확실한 규율 속에서 사내도급-불법파견 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업의 내재화, 대형화 경향은 수차례 경영 위기를 거치며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해체되고 있다. 유수의 MBA에서는 핵심역량을 제외한 사업영역의 외주화를 강조하고, 정보기술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은 기업 간 분업·협업에서도 유기적이고 효과적인 결합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변화를 지원한다. 게다가 제조업을 비롯한 원가경쟁의 심화, 사업환경의 불확실성은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 슬림하고 효율적인 조직구조를 지향하게 한다. 전 산업군에서 외주화가 가속화되면서 외주화 대상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BPO 시장이 갈수록 확대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불법파견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결국 이러한 시장의 필요와 흐름에 법체계가 구체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조직은 불법파견이라는 법적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분쟁 과정에서 집단화된 이해관계는 심각한 노사갈등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집단화된 불법파견 이슈는 개별근로관계를 넘어 사업구조를 위협하는 조직적 리스크가 된다.
이하에서는 최근의 법원 판결과 주요 시사점을 정리하고 기업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적법한 외주화, 도급계약을 설계하고 운용하기 위한 운영방안을 제시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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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원의 판단기준 및 최근 판결의 시사점
대법원은 2015년 남해화학 사건에서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기본전제하에 아래와 같은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직관적 이해를 위해 제3자, 원고용주, 당해 등의 표현을 '도급인', '수급인'으로 수정 표기한다.
①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도급인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수급인이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수급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도급인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수급인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이어지는 사건들에서 법원은 상기 기준을 인용하며 각각의 사실관계를 분석하고 판결했는데, 대법원 판결 위주로 주요 시사점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적법한 도급이 인정되려면 도급인의 사업과 수급인의 사업상 유기성이 배제되고 독립돼야 하는데, 특히 제조업에서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연속성의 단절'이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2018년 한국타이어 사건에서 법원은 작업이 실시간으로 연속되지 않고 수급인의 공정이 지연되더라도 도급인 업무에 지장이 초래될 개연성이 낮으며, 자동화시스템이 도급사-수급사 간 공정에서 연속되지 않고, 약 8시간분의 재고 물량 보유로 공정간 유기성이 단절된다는 등의 이유로 적법한 도급운영을 인정한 바 있다. 반대로 2022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건에서는 수급사 업무의 작업성과가 전체 공정의 소요 시간과 작업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봤다.
·'작업집단'은 공간적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2017년 금호타이어 사건에서 장소적·공간적으로 분리된 상황에서도 업무가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실질적 편입을 인정했다. 이른바 전체도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2021년 현대위아 사건에서는 사외하청 형태의 사업을 사내하청 형태와 구분하지 않고 불법파견으로 인정했고, 지난 4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건에서는 영업소 전체를 도급했음에도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법원은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를 하는지 여부를 중요한 지표로 보고 있는데, 이는 도급 결과물에 대한 요청이나 검수를 넘어서 도급업무의 수행 과정에 통제권을 갖고 개입하는 행위다. 어떠한 형태이든, 도급 결과물의 사양이나 일·주·월 단위의 작업 총량을 할당하고 완성물을 검수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속도 등을 지시하는 경우에는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로 인정된다. 불법파견이 인정된 현대위아 사건에서는 도급사가 작성한 작업표준서나 중점관리표, 작업공정 모니터, 부품조견표에 따라 수급사의 조립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건에서는 도급사가 작성한 방대하고 구체적인 업무매뉴얼에 의해 수급사의 근로자들이 작업을 수행했는데, 도급사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수급사 근로자에 대해 징계 등 제재가 이루어진다는 취업규칙과 결합해 업무지시의 구속력이 확보된 것으로 인정됐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건에서는 도급사의 MES(Manufacturing Executive System)에 의해 수급사의 구체적 작업내용, 순서, 운송대상, 운송지점 등이 전달됐는데, 법원은 이를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인정했다.
2. 도급계약의 적법한 운영방안
전략적 판단으로 사업의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주변업무에 대한 도급화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과업의 설계와 운영에서 적법한 도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불법파견 리스크에 노출된다. 도급계약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종합해 아래와 같은 도급운영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1) 도급과업의 설계
민법 제66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급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다.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일', 즉 과업의 범위가 특정돼야 한다. 제조업의 경우 공정의 명확한 분리, 서비스업의 경우 과업의 구체적 특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과업범위가 변동돼 도급사와 수급사의 업무가 혼재되거나 대체된다면 과업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설계 단계부터 과업의 수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특정된 과업은 일관되게 유지돼야 한다.
과업이 분리됐다고 하더라도 도급사 업무와 수급사 업무 간 유기적으로 결합해 업무가 수행돼야 한다면 수급사의 사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다. 회사 간 협업·분업은 필요할 수 있으나 각각의 수행과업들은 시간상으로 단절돼도 사업의 정상적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만약 연속적 협업이 필수적인 업무관계라면 이를 형식적으로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상호의존적 관계로 인정될 수 있다.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업무 과정에 대한 상시적 통제력은 포기해야 한다. 결과물에 대한 시기, 물량, 품질(사전에 정의된 사양이나 수준 등)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사업목적의 정상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나 원하는 결과를 위해 과정에 대한 구체적 통제가 필수적인 경우에는 해당 과업은 도급화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 과업수행 과정의 독립성ㆍ전문성 보장
기업 간 분업·협업의 경우에도 긴밀한 소통은 필수적이지만, 적법한 도급계약의 운영을 위해서는 소통방법과 그 과정을 면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도급사의 지시·요청은 결과물에 관한 것으로 한정해 규정화돼야 하고, 수급사 업무수행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주의사항으로 배제될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채널을 통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데, 소통채널을 모두 통제하는 것보다 가능한 소통의 유형을 정형화해 교육하고 접점을 통제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수급업체가 업무의 완성을 위한 기술이나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에는 구체적 지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직접 수행하던 업무를 외주화하는 경우에는 업무 이전뿐만 아니라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역량의 이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일정기간 동안 교육이나 매뉴얼 지원 등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이전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상시적인 지시가 이어진다면 역량 이전이 완결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업무만 도급하고 역량은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러한 선택은 적법한 도급으로 구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도급은 단순히 업무의 외주화가 아니라 포기할 수 있는 역량의 선택이어야 한다.
3) 현장 접점 통제의 필요성
과업과 운영방안을 설계하더라도 작업현장은 기획한 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 근로자들이 과거의 업무관행을 기초로 행동하고, 가능한 본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업무수행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①접점 담당자들에 대한 운영방식의 교육과 더불어, ②구체적 업무수행 가이드를 제공하고, ③업무수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적법한 도급운영 방식을 정착해야 한다.
수급사에 대한 일방적 모니터링과 상시적 개선활동을 진행하는 경우 이는 적법한 도급을 위한 감독활동이라기보다 수급사 근로자에 대한 감시·지시가 될 수 있다. 모니터링의 대상은 도급사 근로자와 수급사 근로자의 업무수행이 정확하게 도급의 형태로 분리돼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마치며
특정 사업에 대한 유연성을 얻고 노동력 사용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도급계약을 선택하는 것은 곧 타인의 노동에 대한 구체적 지배권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을 대가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의 의사결정이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대부분의 계약은 도급화의 이익을 취함과 동시에 해당 사업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노사뿐만 아니라 기업 간 불균형한 권력관계가 이를 현실화할 수 있게 하지만, 우리 법은 이를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실패한 외주화 전략의 리스크는 고용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직적 리스크를 예방하고 적법한 도급계약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초기 검토 단계부터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 정확하게 설계·운영해야 할 것이다.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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