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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박정택ㆍ박신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 들어가며
그동안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무관심, 금융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 다양한 사유로 인해 저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적립금의 대부분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돼 수익률이 낮았다. 이에 2017년 이후 5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낮은 수익률이 근로자 수급권 보장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돼 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개정 퇴직급여법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및 개인형 퇴직연금제도에 대해 근로자(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는 등 무관심한 경우를 대비해 자동으로 적용되는 운용 상품을 미리 정해두는 사전지정운용제도(이하 '디폴트옵션 제도')를 마련했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2022년 7월부터 도입된 이후 2022년 11월 첫 상품 승인이 이루어졌고, 2022년 말 기준 259개 상품이 승인돼 가입자들은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상품 가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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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폴트옵션 제도의 구체적 내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제도)에 도입되는 디폴트옵션 제도에 관한 사항은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제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에 대한 절차가 없으므로, 퇴직연금사업자가 승인받은 상품을 가입자에게 바로 제공하고 가입자는 그중 본인의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정하면 된다. 이외 사항은 동일하다.
하위법령 개정으로 구체화된 디폴트옵션 제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승인
·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용자와 가입자인 근로자에게 제시할 사전지정운용방법을 마련해 고용노동부 소속 심의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승인 가능한 상품의 유형은 원리금보장상품, 법령상 허용되는 유형의 집합투자증권(펀드) 상품,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형 상품이다. 예금·이율보증보험계약(GIC) 등 원리금보장상품은 금리·만기의 적절성, 예금자 보호 한도, 상시 가입 가능 여부 위주로 심의하게 되며 펀드·포트폴리오 유형은 자산 배분의 적절성, 손실 가능성, 수수료 등의 사항에 대해 심의하게 된다.
나.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선정
· 퇴직연금사업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승인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위험등급, 손실 가능성, 가입자 보호장치 등 상품의 주요 정보를 서면 혹은 전자문서로서 사용자에게 제시하고, 사용자는 제시된 사전지정운용방법 중 사업장에 설정할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선택해 제도에 관한 사항과 함께 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해야 한다. 이때 근로자대표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다만, 개정법률 부칙에 따라 2023년 7월 11일까지 규약을 변경하면 된다.
· 사용자에 대한 제시 방법과 동일하게 근로자 역시 퇴직연금규약에 반영된 상품에 대한 주요 정보를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서면 혹은 전자문서로써 제공받아 그중 하나의 상품을 본인의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선정하게 된다.
다.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적용
· 사전지정운용방법은 ⑴근로자가 신규로 가입했거나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거나 ⑵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본인의 적립금을 바로 운용(OPT-IN)하기를 원할 경우 적용된다.
· 근로자가 신규가입 혹은 기존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최대 6주간 대기기간을 거친 후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 구체적으로 기존에 운용하던 상품들의 경우 만기 도래 후 운용 지시 없이 4주가 경과하면 "향후 2주 이내 운용 지시 없을 경우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됨"을 통지하고 통지 이후에도 운용 지시 없이 2주가 경과하면 적립금이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 신규가입 후 운용 지시가 없는 경우에는 4주 유예 없이 통지 후 2주 대기만 적용된다.
· 또한,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 중에도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원하는 다른 방법으로 운용 지시를 할 수 있다(OPT-OUT).
라. 사전지정운용방법의 관리
· 퇴직연금사업자가 승인받은 사전지정운용방법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고용노동부로부터 변경 승인을 받아 변경할 수 있으며, 변경 승인을 받았을 경우 근로자에게 변경내용을 통지해야 한다. 이때 변경된 내용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근로자는 다른 상품으로의 운용 지시가 가능하다.
·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았거나 사후적으로 승인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심의위원회를 통해 승인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승인 취소 시 퇴직연금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취소 사항을 즉시 통지해야 하며, 다른 금융상품 안내 및 같은 위험 등급의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의 적립금 이전 등 가입자 보호조치를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
· 디폴트옵션 제도의 설정 및 퇴직연금규약의 변경은 법적 의무사항이나,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 직접적인 처벌조항은 없다. 다만 퇴직급여보장법 제35조에 따른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 이를 미이행 하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3. 근로자대표 동의 절차 및 방식
개정 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사용자가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설정해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아 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고(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1조의2 제5항), 이때의 근로자대표는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해당 노동조합, 이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에 따른 퇴직연금규약의 변경은 법령 개정에 따른 변경이므로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퇴직연금규약 변경이 반드시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요구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특히 궁금해할 수 있다.
우선 법문은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명시하고 있고 고용노동부 역시 사용자는 디폴트옵션 제도 채택 시 근로자대표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 사전지정운영방법을 설정 및 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이 근로자의 연금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 전에 비해 어느 정도 제한되는 측면에서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해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또한, 개정 퇴직급여 보장법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서 사업자가 제시하는 사전지정운용방법은 반드시 퇴직연금규약에 명시해야 하므로 변경 사항이 있을 때마다 그 변경 내용에 따라 근로자대표의 의견청취 또는 동의 절차 등을 거쳐 변경해야 하는데, 이 중에서도 퇴직연금사업자의 사전지정운용방법의 변경으로 인한 퇴직연금규약 변경은 정부의 승인에 따른 변경으로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자대표의 의견청취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사전지정운용방법의 설정 및 퇴직연금규약의 변경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를 운영 중인사용자가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법정 의무 제도로서 고용노동부는 미도입 업체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5조에 따라 시정명령을 할 수 있으며 시정명령 미이행 시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만약 사용자가 지속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대표가 계속 거부했다는 내용의 증빙이 있을 경우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및 과태료 부과 시 참고될 수 있다.
한편,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유연근로시간제 등을 위한 근로자대표의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아 근로자대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이러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 내지 근로자대표가 선출될 당시 "퇴직연금규약 등의 변경에 대해 선출되는 근로자 대표가 동의권을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선출됐고, 해당 근로자대표가 근로자 과반수의 득표를 얻어 선출됐다면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선출된 근로자대표가 퇴직연금규약 변경에 동의를 하는 것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간접적으로 얻은 것이 돼 유효하게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어 보이지만, 그런 절차를 거친 바 없다면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들의 동의를 얻은 것이 퇴직급여보장법상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무상 고용노동부에서도 퇴직연금규약 변경 신고 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적법하게 얻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퇴직연금규약의 변경신고를 하는 경우 고용노동부에서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때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의 동의서를 제출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대표가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해 퇴직연금규약 변경에 동의할 권한이 있는지를 심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대표의 동의 방식은 사용자 측의 개입 또는 간섭이 배제된 상황에서 회의 방식에 의한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이어야 하며, 온라인을 통한 전자동의 방식 또한 사용자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방식에 해당한다면 이를 증빙할 서류를 첨부해 신고할 수 있다.
4. 인사담당자가 주의할 사항
향후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 및 개인형 퇴직연금제도의 대다수 가입자가 디폴트 옵션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⑴디폴트옵션 제도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운영 중인 사업장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법정 의무 제도인 점, ⑵디폴트옵션 제도의 도입을 위한 퇴직연금규약의 변경과 관련해 근로자대표의 동의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규약의 작성 및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며 고용노동부는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기존에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를 운영 중인 사업장에서는 퇴직급여법의 개정사항을 숙지해 사전지정운용제도와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설정하고 퇴직연금규약에 반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이와 달리 판단해 온 종전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판결). 변경된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있어 집단적 동의 절차를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의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할 수 없음이 명확해진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에 있어서도 근로자대표의 동의 절차에 더욱 만전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택ㆍ박신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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