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같은 마음....

인사, 노무이야기

올해 임단협, 통상임금 산입범위 노사 줄다리기…“더 적게 vs 더 많이”

마크6 2025. 4. 25. 08:00
728x90
SMALL

노조 대응지침 “법정수당ㆍ약정수당 동일 기준으로…변동급 최소화”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시즌이 돌아왔다.
23일 노동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교섭에서 핵심 의제는 단연 '통상임금'으로, 노사는 각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통상임금 산입범위 줄다리기에 나설 전망이다.
 
기업은 각종 수당을 단순화하고 임금체계를 직무ㆍ성과급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며, 노조 역시 대법원 판결과 일치하도록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법정수당과 약정수당의 지급기준을 동일하게 규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에 나선다.
 
통상임금이 교섭 의제로 떠오른 건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하고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경우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새로 제시했다.
이 판결로 임금에 재직자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소정근로일수 이내 근무일수)이 부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됐고, 통상임금 인정 범위가 대폭 확대됐다.


728x90



💡통상임금 쇼크 그 후…임금ㆍ수당 검토부터 하나씩
 
대법원 판결 이후 로펌, 노무법인에선 앞다퉈 통상임금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도 새롭게 개정한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내놨다. 대법원 판결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은 물론,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노사 합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추가 소송 제기 등 기업이 실무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대응방침에서 첫 번째는 각 임금 항목(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점검하는 작업이다.
대법원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우선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이어야 한다고 했다.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소정근로 대가성을 우선 검토하는 게 중요 포인트다.
 
고용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르면 소정근로의 대가는 근로자가 소정근로일수를 모두 근무, 즉 온전하게 근무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어떤 임금이 단체협약 등을 통해 사전에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면 재직자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 등을 충족하는지와 무관하게 그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일례로 운수회사에서 일정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운전한 운전기사에게만 무사고수당(월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이 무사고수당은 무사고라는 추가적인 요건을 달성했을 때 보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기 때문에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다. 따라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정근로 대가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또 다른 예로는 성과급이 있다.
성과급은 근무실적을 평가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결정되는 임금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과급=통상임금 불인정'으로 단순 공식화는 금물이다.
최소한도가 보장되는 성과급의 경우 이 최소한도의 일정액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고용부는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성과급 지급 시기에 따라서도 통상임금 불씨가 남아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전년도 근무실적을 바탕으로 당해 연도에 성과급 지급하는 경우, 통상임금 판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당해 연도에 지급 여부와 지급액을 정했다면' 고정성이 충족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
'전년도에 발생해 지급할 것을 지급 시기만 당해 연도로 미룬 거라면'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는 것.
 
고정성을 폐기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같은 사안에 적용할 경우 소정근로 대가성으로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대법원 전합 판결로 일견 근로자의 업무평가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하기 쉽다"며 "그러나 실제 기업에서 운영하는 성과급 제도를 보면 여러 조건들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제시한 것과 같은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고, 결국 다시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대한 쟁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은 고정성 폐기에 영향을 받는 수당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1월 개최한 통상임금 세미나에서 실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수당들로 ▲재직자 조건부 임금 ▲일정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설ㆍ추석 상여금 ▲하기휴가비 ▲장기근속수당 등을 제시했다.
 
일률성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도 기업의 대응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모든 근로자'뿐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에 대해 일률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이때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은 작업 내용이나 기술, 경력 등과 같이 소정근로의 가치 평가와 관련된 조건이어야 하고, 근속기간도 여기에 포함된다.
 
김재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예를 들어 '구내식당 설치 여부'에 따라 달리 지급되는 중식대, 즉 같은 회사에 근로하더라도 구내식당이 설치된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는 지급되지 않고 구내식당이 설치되지 않은 사업장의 근로자들에게만 지급되는 중식대는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와 관련된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 대응 '직무ㆍ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초점
 
임금 항목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끝났다면 이제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차례다.
기업 입장에선 각종 수당을 단순화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해 통상임금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변동급 비중을 높이기 위해 직무ㆍ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기존 수당을 복지포인트 등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의 대응 방안으로 손꼽힌다.
 
통상임금이 중요한 이유는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과 같은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일을 줄이는 것도 기업의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1월 개최한 통상임금 세미나에서 불필요한 연장근로 제한, 불필요한 회의 없애기, 보고서 작성 줄이기 등을 통한 근로시간 효율화를 대응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어 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적법한 연차유급휴가 사용 촉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임금체계 개편 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여지가 있을 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사용자가 단지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노사 협의 및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급 조건만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지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은 집단적 동의 절차를 적법하게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이 있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에 더 유리한 조건이 명시된 경우 개별 근로계약 조건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기업은 임금과 관련해 개별 근로계약 조건을 잘 살펴보고 더 유리한 조건이 있다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조건을 함께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노총 "사측 변동급 도입, 결사 저지"
 
노조도 올해 교섭에서 통상임금 대응에 나선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올해 공동임단투지침에서 통상임금 판례 변경에 따른 현장 대응지침을 따로 마련했다.
 
대응지침엔 ▲재직자 조건부ㆍ일정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에 대한 통상임금 재산정ㆍ지급 요구 ▲기본급 확대 및 임금 구성 항목 단순화 ▲단체협약상 임금 구성 항목 최대한 명확히 열거 ▲사측의 직무ㆍ성과급 등 변동급 도입에 단호히 대응 ▲사측의 일방적 근무조건 변경에 적극 대응 등이 담겼다.
 
눈에 띄는 점은 직무ㆍ성과급 도입과 일방적 근무조건 변경을 경계하는 부분이다.
 
한국노총은 "사측은 각종 수당이나 정기상여금의 지급형태를 '변동급여' 또는 '성과상여금 형식'으로 변경하거나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해 통상임금을 낮추는 임금체계 변화를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하고 결사 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등 법정수당 지급을 축소하기 위해 재량근로제,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무제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인력 감축 및 외주화, 자동화 설비 도입 등을 추진해 노조를 압박할 수도 있다"며 "사측의 일방적으로 근무환경ㆍ조건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주요 경영정보에 대한 정보공개권과 노조와의 사전 합의권을 사전에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법정ㆍ약정수당 지급기준 동일하게…꼼수 막아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도 지난 2월 통상임금 관련 단체교섭 대응지침을 마련했다. 금속노조는 회사가 '법정수당'과 '약정수당'을 구별하는 방식으로 통상임금을 대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정수당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등에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할 것을 정하고 있는 수당을 말한다. 법에서 정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출산전후휴가수당 등이 법정수당에 해당한다.
 
약정수당은 법에선 정하고 있지 않지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할 것을 정하고 있는 수당이다.
예로 들면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에 대한 추가 보상금, 노사 합의로 유급화한 생리수당 등이 있다.
 
금속노조는 "사용자는 법정수당과 약정수당을 구별하면서 이번에 변경된 대법원 통상임금 법리(법정 통상임금)는 법정수당에만 적용된다는 논리를 펼칠 것"이라며 "법정 통상임금이 늘어났어도 약정수당은 그대로 줘도 된다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번 판결로 재직자 조건, 일정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 등이 법정 통상임금에 해당하게 되면서 사업장의 약정 통상임금이 법정 통상임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용자는 약정 통상임금 기준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면서 변경된 법리가 약정수당에 적용되는 것에 저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법정수당은 대법원 판결 기준(고정성 폐기)에 미달하는 내용으로 합의 금지 ▲약정수당은 법정수당과 동일한 기준으로 지급할 것을 단체협약에 명시 ▲변동성 확대 및 고정성 약화하는 임금체계 개편 거부 등을 제시했다.
 


 

 

이동희 기자
월간 노동법률 dhlee@elabor.co.kr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