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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을 자진퇴사로 둔갑 '회사 꼼수'에 대법원 '경종'

마크6 2023. 10. 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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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퇴사로 하면 실업급여 지원" 약속 어겨...

대법원 "실업급여 상당액 지급 약정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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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사직인데도 회사가 '자진퇴사'로 노동청에 신고하는 바람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실업급여 상당의 금액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발적 퇴사를 비자발적 퇴사로 꾸미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문제삼으며 정부가 실업급여 지급액 삭감을 추진하는 가운데, 오히려 사용자들이 비자발적 퇴사를 자발적 퇴사로 허위신고하는 사례에 경종을 울린 판경이다.

 

권고사직 요구에 회사 "정부지원금 못 받아" 정부지원금 이전 약속, 1심 "지급 의무"

 

9월 19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부산의 한 프렌차이즈 업체 직원 A씨가 대표 B씨와 대표 모친 C씨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에 확정했다.

 

소송은 A씨가 동료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동료가 유일도 없이 모든 일을 도맡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써주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A씨와 실질경영자 B씨 사이에 언쟁이 일었고 A씨는 2020년 9월 퇴사했다.

 

그런데 대표는 노동청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 신고를 하면서 사유를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로 기재했다. A씨는 실업급여 수급자격 제한 사유에 해당돼 실업급여 1천 300여만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회사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해 자진퇴사로 신고했다"며 소송을 냈다. 사측이 실업급여 상당액의 금원을 지급할 것을 약정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권고사직 정황은 뚜렷했다. A씨는 퇴사 전 B씨에게 "이런 갑질엔 장사 없다는 생각뿐"이라며 "권고사직 처리 부탁드린다. 마지막 자존심이다"고 카카오톡 메세지를 보냈다. 

사직서에도 "권고사직 사정으로 퇴사한다."고 적었다. 그러자 B씨 남편인 회사 감사는 "권고사직으로 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퇴직사유를 수정해 달라고 했다. 이에 B씨는 "다달이 나오는 일자리 안정지원금을 실업급여처럼 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1심은 회사에 실업급여 지급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퇴직 사유를 수정해 줌으로써 원고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B씨가 실업급여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C씨에 대해선 동일한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표 "권고사직 처리 요구는 반사회적 행위" 

법원 "부정한 방법 수급 단정 안 돼"

 

2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원고와 B씨는 애초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기로 했으나 그 경우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서 퇴직사유를 자진퇴사로 처리하되, 받지 못하게 된 실업급여 상당액을 B씨가 보전해 주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B씨는 권고사직을 요구한 A씨 행위는 고용보험법에 반하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라고 주장했다. 고용보험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았거나 받으려 한 사람에게는 구직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약정 내용이나 목적이 실업급여를 부정한 방법으로 받도록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권고사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는 사정만으로 허위의 이직사유를 신고하려 했다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으려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고 봤다.

 

자진퇴사를 강요하는 사용자에게 제동을 건 판결로 해석된다.

직장갑질 119는 지는 7월17일 이메일 제보를 공개하며 회사가 정부지원금을 받는 경우 고용보험 상실코드를 권고사직으로 입력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탓에 노동자에게 자발적 퇴사 처리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월간노사 FOCUS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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