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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직장괴롭힘 허위신고자는 주로 이것을 요구했다

마크6 2023. 7. 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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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의 불안정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한 국가들이 겪은 진통이 있다. 바로 보상을 노린 허위 괴롭힘 신고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더 이상 사측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일부 비정규직이 한두 건의 모호한 행위를 괴롭힘으로 포장해 신고하고 보상 등을 요구하는 형태가 자주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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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발생한 명백한 허위 신고 사례 126건을 분류해 분석한 결과 85% 이상의 허위 신고인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보상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眞) 피해자가 주로 요구하는 '가해 행위의 중단'이나 '가해자로부터의 분리'와 큰 차이가 있다.



자주 확인된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피신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한 뒤 사측의 강요로 피신고인이 사과하면 피해보상금 요구 
-자진 퇴사하면서 실업급여를 처리해 주지 않으면 괴롭힘 신고하겠다고 위협
(주로 전산상의 연차관리 시스템이 없는 사업장에서) 이미 사용한 연차에 대해 미사용연차보상금을 요구하고 상사와 동료가 연차가 사용됐음을 증언하면 괴롭힘으로 신고
-기여하지 않은 실적에 이름을 올려 달라고 요구 
-괴롭힘을 주장하면서 근평 등급 상향 또는 근로계약 연장 요구  
-상습 무단결근 후 괴롭힘 때문이라고 주장하거나 괴롭힘 신고 후 보상으로 유급연차 요구


이 외에도 괴롭힘을 당한 뒤 화풀이로 가해자를 제지한 사람 또는 제3자를 신고한 경우, 피해자가 신고를 준비하는 것을 안 가해자가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신고한 경우, 신고인의 개인적 관계 요구를 거절한 피신고인을 신고한 경우, 사측과 피신고인이 허위 신고로 휘둘리는 것에 통제감을 느껴본 신고인이 다른 사업장에서도 허위 신고를 반복한 경우 등이 있었다.

허위 신고를 당한 피신고인은 주로 20~30대(52.7%)와 여성(63.5%)이었으며 젊은 중간 관리자가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가까운 집단이다.
허위 신고인이 직장에서 입지가 취약한 사람들을 주로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허위 신고인 중에는 20~30대(70~90% 이상), 6개월 미만 단기 재직자(60~70% 이상)가 많았고 전체적으론 여성의 비중이 높았지만, 20대 중에는 남성도 적지 않았다.
그 외에 반복적으로 언급된 특징은 허위 신고인의 업무능력이나 근무태도는 평균 이하지만 스스로가 매우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었다.
허위 신고인에게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행동 패턴은 아래와 같았다.



진(眞) 피해자 대부분이 한 번의 신고도 망설이며 트라우마 때문에 본인이 겪은 피해를 진술하는 것도 힘겨워한다는 점과 대조된다.
 
-퇴사 직전 신고 또는 퇴사 후 신고
-1~2건의 괴롭힘으로 보기 어려운 행위를 반복적으로 신고
-반복적인 외부기관(노동청, 인권단체, 경찰서, 언론 등) 신고 또는 신고하겠다는 위협 
-과장되고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신고 
-신고된 행위의 경중에 비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강경한 피해 호소 또는 강한 분노 표현 등


우리나라에서 허위 신고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이유가 뭘까?



첫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 직장 내 괴롭힘의 법적 정의에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하는 해외 국가 중 다수는 폭력, 성희롱 등을 제외한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기준으로 지속성(예 : 6개월 이상)이나 반복성(예 : 주 1회 이상)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의는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한다. 사법처벌 조항을 보유한 국가 중에서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게다가 일부 괴롭힘 예방 교육에서는 본인이 괴롭힘이라고 느낀다면 곧 괴롭힘이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때문에 '내가 기분 나쁘면 다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 근로자들도 나타났다.

 

두 번째 이유는 노동청과 같은 관련 외부기관의 신고가 매우 쉽다는 점이다.


해외의 유사 기관들이 사업장 내부 신고를 먼저 거치도록 하거나(벨기에 사례), 신고 접수 비용을 받거나(호주 사례) 심리적ㆍ정신적 피해가 있었음이 입증돼야 신고 접수를 받는 것(아일랜드 사례)과 대조된다.
관련 기관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단독 판단으로 괴롭힘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그들이 경영진에게 빠른 조치를 요구하면서 경영진이 피신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압박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들이 괴롭힘으로 보기 모호하다고 하면서도 허위 신고인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한 사례, 그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해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갈등이 더욱 악화된 사례 등 외부기관 담당자가 허위 신고인의 피해를 악화시킨 사례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사측의 무책임한 대응이다.


해외의 관련 지침을 보면 경영진이 신고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본적인 전제를 하기 어렵다.
책임 회피를 위해 직원의 희생쯤은 가볍게 여기고, 기꺼이 허위 신고인을 도와 피신고인에게 누명을 씌우는 경영진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된 데이터에서 경영진이 허위 신고를 당한 피신고인에게 부당한 조치를 한 경우는 3건 중 2건이었다.
부당한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자도 대부분 사측의 도움 없이 혼자서 허위 신고에 대응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부당조치는 다음과 같았다.

-피신고인에게 일방적으로 책임 전가 및 허위 신고인에 대한 사과 강요
-허위 신고인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 또는 부당한 징계
-피신고인의 정식 조사 요청 거부
-적절한 조사 없이 허위로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조사를 명목으로 피신고인에게 압박을 가하는 행위(예 : 다수 조사관이 돌아가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취조) 등


허위 신고의 피신고인에게 부당한 조치를 한 사업장 중 일부는 정작 심각한 진(眞)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을 때는 직급 높은 가해자를 보호하고 신고인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괴롭힘으로 위축된 진(眞) 피해자들이 허위 신고인과 달리 강경하게 피해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신고에 대응하는 경영진이 실제로 괴롭힘이 발생했는지, 얼마나 심각한 행위가 있었는지보다 누가 신고됐는가, 어떤 방식으로 신고됐는가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러한 경영진의 행태는 우리나라 경영진의 괴롭힘에 대한 책임 회피 및 갈등 회피 성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보다 경영진의 관여와 책임 축소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사업주의 책임이라는 공감대 형성 없이 사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법령이 시행되면서 이런 성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기도 하다.
특정 행위에 대한 처벌은 그것이 타당하다는 수긍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공감대 없는 처벌은 억울하다는 생각을 낳고 억울한 상황이 되는 것을 가장 쉽게 회피할 방법을 찾도록 만든다.
진(眞) 괴롭힘 사건에서 가장 쉽게 책임을 회피할 방법은 피해자가 신고조차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압박하거나 신고를 무마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극심한 괴롭힘 사건에서 가해자가 신고되는 일은 드물다.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허위 신고 사건에서는 신고인이 목적을 갖고 강경하게 달려들기 때문에 신고 자체를 없던 것으로 만들 수가 없다.
때문에 허위 신고인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빨리 사건 종결하는 것이 가장 경영진의 관여와 책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경영진에겐 조사와 진상 파악을 위해 인력과 시간을 쓰는 것보다 피신고인 하나만 희생시키는 것이 훨씬 쉽다. 피신고인 다수가 경영진에게는 만만하고 억누르기 쉬운 약자(여성, 20~30대, 젊은 중간관리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허위 신고를 당한 피신고인은 일반적인 괴롭힘 이상의 피해를 겪게 된다. 악의적인 허위 신고의 충격, 회사가 나서서 누명을 씌웠다는 배신감, 잘못 없이 가해자 취급당한 억울함, 가해자로 낙인찍히며 발생하는 헛소문까지 다중의 고통을 겪는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다수 있었다.
동료와 조직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퇴사 의사가 증가한다.
생산성이 하락하고 신체적 스트레스 증상 등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 목격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허위 신고가 발생한 사업장에 이후의 진(眞) 괴롭힘 신고의 진위를 의심하는 편견이 자리 잡는 것도 문제다.
무책임한 경영진은 이후의 모든 괴롭힘 신고가 허위 신고라고 생각하며 정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신고인에게 문제가 있지 괴롭힘에 대응 못하는 경영진의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근로자가 허위 신고를 목격한 이후 진(眞) 피해자를 의심하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허위 신고가 그들에게 주는 여파가 적지 않은 것이다.

허위 신고를 막고 진(眞)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 번째, 신고 접수 단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최소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지속성ㆍ반복성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적용하면 해석의 여지가 있으므로 지속성과 반복성을 모두 적용하되 지속성의 기준을 3개월(학교 괴롭힘을 포함한 지속성의 최저 기준) 정도로 낮추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3개월의 기간 동안 주 1회 이상 괴롭힘을 당했을 때(또는 12~13건의 구체적인 괴롭힘 상황 기록이 있을 때)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기 위한 최저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폭력, 성희롱, 폭언, 누명과 같이 형태가 명확해 한 건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는 행위는 예외가 돼야 한다.

두 번째는 기록된 괴롭힘 행위에 대해 신고인과 유사한 집단(또는 회사 내 가장 취약한 집단)을 대상으로 기록된 행위 하나하나가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동료 조사의 실행이다.
조직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괴롭힘으로 인식되는 행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반영하고 피해자와 유사하거나 더 민감한 집단이 상식적으로 괴롭힘이라고 판단하는 행위를 구분하는 것이다.
허위 신고인이 아무 행위에 대해서나 괴롭힘을 주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치이다.

이 두 가지 조치만으로 허위 신고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실행한다면 진(眞) 피해자가 그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의 관련 내용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허위 신고인이 한두 건의 모호한 사례를 과장하는 반면 진(眞) 피해자들은 수차례 반복된 괴롭힘을 겪고도 사실을 전달하지 못해 피해 수준이 축소될 때가 많다.
괴롭힘으로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일시, 장소, 실제로 발생한 언행, 가해자, 증거(목격자, CCTV) 등을 기록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직장 내 괴롭힘(또는 유사 행위)에 대응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시행하는 국가 다수는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다.
벨기에의 사례를 보면 관련 분야의 석사학위를 갖추고 1.5년의 전문교육을 받은 뒤 5년 이상 관련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반드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업장과 관련 외부기관의 담당자 모두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의 내용을 관리자ㆍ경영진과 일반 근로자로 구분하고 관리자ㆍ경영진 교육을 통해 그들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근로자의 고통을 알려도 경영진의 공감을 얻긴 어렵다. 그들이 괴롭힘을 본인의 문제라고 느끼도록 교육이 구성돼야 한다.
허위 신고는 괴롭힘의 한 유형이며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는 사업장과 경영진의 비용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 사용자를 성심껏 섬기는 측근일수록 심각한 가해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측근을 아끼는 사용자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조차 하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는 점, 사용자 본인도 가해자일 수 있으며 사용자의 행동이 회사 내부의 조직문화를 결정한다는 점, '괴롭힘 0건'을 목표로 하는 사업장의 정책은 사실상 신고를 억제하는 조치라는 점, 모든 괴롭힘 신고는 똑같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와 절차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 누가 신고됐는가 그리고 어떻게 신고됐는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다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 등 관리자ㆍ경영진과 밀접한 내용을 담은 교육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 

허위 신고인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자칫 진(眞) 피해자의 신고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경영진이 진(眞) 피해자의 신고를 무시하거나 억누른 사례는 이미 적지 않게 확인됐다.
허위 신고인 처벌 조항은 그런 경영진에게 추가적인 수단을 쥐여 주는 셈이 될 수 있다. 이미 발생한 허위 신고를 처벌하기보다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우선이다.

허위 신고를 예방하는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듯 허위 신고 자체는 곧 괴롭힘의 한 유형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규와 제도를 악용하는 허위 신고를 예방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진(眞) 괴롭힘을 막기 위해서 법과 제도상의 허점을 보완할 때가 왔다.




Posted by 서유정 연구위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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