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란 결코 복잡하거나 거대한 것이 아니다.
규칙이나 규율을 만드는 것은 더욱 아니다.
회사의 문화와 긍정적인 업무 분위기는 누군가의 순수하면서도 이타적인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작고 소소한 활동이 그가 속한 조직에 일어날 거대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여정을 함께 살펴보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업무 시작 전에 '오늘 하루도 파이팅'이라고 문자를 보내는 것, 그리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수고했다'라 말하는 작고 간단한 상호작용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누군가에게는 의례적인 형식적 활동일 수도 있는 소소한 상호작용들이 실제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십년 전 국내 한 연구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해당 연구원은 당시 주목받던 업무 효율화, 워라밸 기조에 맞추어 8시간 이내에 집중적으로 업무를 처리해 불필요한 야근이나 잔업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이들은 단순한 홍보나 선전에서 머무르지 않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나 환경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함께 했는데, 6시가 되어 업무 종료 시간이 되면 중앙관리 시스템을 통해 구성원들의 PC를 끄고, 야근하려는 경우 별도의 사유서 작성 및 팀장의 승인 절차를 받도록 했다.
연구원의 이러한 노력은 실제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그들은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야근 상황을 피하고자 8시간이라는 정규 근무시간 내에 본인들의 업무를 처리하려 노력했고, 자연스럽게 근무시간 내에 본인의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휴식시간을 최소화하고, 사무공간에서 벗어나는 일도 줄어들게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연구원의 변화 노력은 꽤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연구원은 그들이 예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구성원들이 동료의 업무에 무관심해지고, 자신의 담당 업무가 아닌 일에 대한 지원이나 협력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유관부서와의 조율이나 조정이 필요한 일들에 대한 긴장이나 갈등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모두 제한된 시간 내에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집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연구원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팀빌딩이나 교류회, 단합대회 같은 성격의 활동들은 자신들의 담당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한 구성원들의 반발이나 저항을 피하기 어려웠고, 참여하더라도 소극적이거나 형식적인 것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나름의 순기능이 있는 지금의 업무환경과 프로세스를 다시 예전으로 원상 복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특히 원상복구는 그들이 시도한 노력이 실패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었기에 더더욱 고민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원에 한 경력직 입사자가 채용되어 한 팀에 배속됐다.
그는 자신의 소속 팀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업무와 유관된 다른 팀-부서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이나 업무를 수행하는지 알기 어려운 상태라는 걸 발견했다.
또한 다들 각자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무작정 말을 걸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임을 알게 됐다.
이때 이 구성원은 한 가지 단순하고 간단한 행동 하나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바로 '인사'였다.
이 구성원은 출근하면서 사무실 복도를 지나며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출입카드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자신을 소개하고는 상대방의 이름과 팀 정도를 간단히 소개받았다.
어떤 이는 평소 잘 알지 못하던 그의 인사에 당황하고 어색해하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얼떨결에 그에게 자신의 이름과 팀을 소개하는 시간을 즉석에서 갖기도 했다.
그의 인사는 한 달가량 지속됐으며,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인사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게 됐다.
한 달 사이에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가 인사할 때 미소를 띠거나 반갑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에 들어온 경력직들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안면을 익히고 그처럼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연구원 전반에 인사하는 행위가 반복되기 시작했다.
'인사하는 김에' 자신의 업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거나, '인사하러 간 김에' 정보를 듣거나 전달하는 일도 생겨났다.
처음 인사를 시작했던 그조차 예상하지 않았을 조직 전반의 변화가 누군가의 꾸준한 인사로 인해 일어난 것이다.
야근은 최대한 자제하되, 정말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말을 걸어 준 동료'의 사정을 듣고, 그의 일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듣고, 최대한 도움을 주려는 시도나 행동으로 나아간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주고받는 작고 소소한 상호작용은 때로는 조직이 큰 비용과 제도적 변화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너무나 간단히 해결해 낸다.
그것이 순수하고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 이 포스팅은 월간 HR Insight 2023년 8월호의 기사를 인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기사 전문은 월간 HR Insight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안영규 수석컨설턴트
엑스퍼트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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