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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지나 못 받는 임금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청구할 수 없는 이유

마크6 2024. 3. 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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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것처럼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통상 소 제기일로부터 3년을 역산)입니다. 즉, 여타 사정에 의해 일을 하고도 받지 못한 임금이나 수당 등은 3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49조에서 '이 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해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이 임금채권에 관해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에 따라서는 근로자들이 시효가 완성된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시효가 5년인 부당이득반환으로 청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시효로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청구는 가능한 것일까요?


 


민법상 일반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 보다 7년이나 짧은 임금채권 소멸시효




우선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민법상 일반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 보다 7년이나 짧은 3년인 것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서 1998년 위헌 여부를 검토한 바가 있으므로 참고해주십시오.
헌재의 결론은 임금채권의 소멸시효 3년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으며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구 근로기준법은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퇴직금은 기본적으로 후불임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법 제41조의 임금에 퇴직금이 포함되고, 따라서 단기소멸시효 규정도 당연히 적용된다.

(2)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금품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사용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이에 대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그 재산권적 성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므로 헌법 제23조의 재산권보장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데,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이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은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하여 실현되고 구체화된다.

(3) 임금 및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의 설정은 기업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며, 소멸시효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 것은, 민법상 일반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기간인 10년보다는 짧으나 민법상 급료채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의 소멸시효기간 3년과 동일하고, 노역인·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의 소멸시효기간 1년보다 긴 점,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이 1974. 12. 24. 개정으로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점, 근로자명부 기타 근로계약에 관한 중요한 서류의 보존기간을 3년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민법 제165조가 단기소멸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10년으로 시효소멸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필요한 경우 근로자가 소를 제기함으로써 그 소멸시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특별히 짧다거나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거나 다른 일반채권들에 비하여 근로자에 대해서만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다시 이번 포스팅의 주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효가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청구는 가능한 것일까요?


시효가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청구는 가능한 것일까요?

미지급 임금이 있는 경우 사용자는 해당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동액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이 되고, 근로자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은 것이 되는바, 민법 제741조 소정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요건을 일응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와 같이 미지급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것이 인정되는 경우, 그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시효는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5년이 될 것인데, 이 경우 근로기준법 제49조에서 정하고 있는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다음의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2018. 2. 28. 선고 2016다45779 판결은 '어떠한 계약상의 채무를 채무자가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여전히 해당 계약에서 정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해 채무자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는 없고, 설령 그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게 됐다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사안은 저작권료 등의 지급 의무가 쟁점이 됐던 사안이기는 하지만 그 취지는 계약불이행(즉, 채무불이행)이라는 사정만으로 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이는 그 불이행되고 있는 채권이 시효로 소멸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인바,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경우에 관해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던 사건들이 왕왕 있었는데, 해당 사건들에서 서울고등법원 등 다수의 하급심은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에 근거해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2. 10. 선고 2021나2019291 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2. 14. 선고 2020가단133854 판결, 창원지방법원 2023. 2. 9. 선고 2021가합53071 판결 등 다수).

즉, 위 대법원 판결 및 하급심 판결의 법리에 의하면 임금 채권은 근로계약을 전제로 성립할 수 있는 것인데, 미지급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자신의 임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 않는 것일 뿐(즉, 채무불이행 상태일 뿐), 채권자인 근로자는 여전히 임금채권을 갖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시효로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있다고 보면, 근로기준법이 임금 채권에 관해 3년의 단기 소멸시효를 정하고 있는 취지가 부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 부당이득은 민법이 정하고 있는 법정채권관계이므로 약정채권관계(근로계약)가 적법하게 존재하고 있는 한 부당이득이 개입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이는 점(실무상 부당이득이 주로 문제되는 국면은 약정채권관계가 해지·해제 등으로 종료된 경우이다) 등을 종합해 볼 때 시효가 완성된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위 하급심 판결의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시효가 소멸된 임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것은 일응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와 위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의 법리에 비춰볼 때 실제로 인용되기는 어려워 보이는바 실무에서는 이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이상도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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