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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통상임금 ‘고정성’ 폐지…전합, “재직 조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마크6 2024. 12. 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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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통상임금 ‘고정성’ 폐지…전합, “재직 조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통상임금 ‘소정 근로 대가ㆍ일률ㆍ정기성’으로만 판단…현장 혼란 우려해 ‘장래효’만 인정

통상임금 ‘소정 근로 대가ㆍ일률ㆍ정기성’으로만 판단…현장 혼란 우려해 ‘장래효’만 인정

노동법률 | [2024년 12월호 vol.0]

이재헌 기자 | 2024.12.19



 

▲대법원(노동법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재직자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고정성이 법적 근거가 없는 기준이라며 폐기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한화생명보험 전ㆍ현직 근로자 A 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 "재직자 조건 무효ㆍ고정성 有" 통상임금 인정
 
한화생명보험은 지급일을 기준으로 한 현재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을 뒀고, 이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한화생명보험은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을 제외하고 계산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시간외근무수당을 계산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
 
이에 한화생명 근로자들은 재직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시간 외 근무수당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정기상여금에 붙은 재직자 조건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재직자 조건은 이미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해 임금채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이를 포기ㆍ상실케 하는 것으로 무효"라며 "다른 기본급과 달리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조건을 붙일 합리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한화생명보험이 지급한 정기상여금에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원심은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다른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고정성이 인정된다"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원심 판결은 큰 파장을 낳았다. 이미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재직자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된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법원이 이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할 경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집는 판단이 나오게 된다.

결국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향했다. 전원합의체는 기존에 없던 영역의 법리를 논의하거나 판례 변경 등 중대한 사회적 영향이 예상되는 사건을 심리한다.
 


"고정성 법리 폐기…재직 조건 정기상여는 통상임금"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판단을 해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는 원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례를 변경해 기존 고정성 법리를 폐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나 고정성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한 것은 문제"라며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 2013년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고정성 개념은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근로관계법령 어디에도 고정성에 대한 근거가 없음을 고정성 폐기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는 근로관계법령 어디에도 없는 고정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법령이 근거 없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했다"며 "고정성 개념은 연장ㆍ야간근로를 억제하려는 근로관계법령의 정책적 취지에 맞지 않아 폐지돼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판단기준을 새롭게 정립했다. 대법원은 "통상임금 개념과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하고 소정 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임금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라고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혼란 방지' 위해 판결 변경의 소급효 '제한'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례 변경에 의한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소급효를 제한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례 변경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재정립하는 것이어서 집단적 노사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며 "법적 신뢰도를 위해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고정성이 폐기된 통상임금 판단기준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번 사건과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 중 변경된 판례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번 판결은 장래효를 채택한 판결 중 최초로 병행 사건까지 소급효를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과 같은 쟁점의 사건이 대법원과 하급심에 다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며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가 소급해 적용된다"고 했다.

한화생명보험 사건에 이 같은 새 법리를 적용한 결과, 대법원은 한화생명의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에 정기성과 일률성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상여금은 기준급여의 850%를 연간 일정한 주기로 분할해 지급하는 임금"이라며 "재직 조건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소정근로 대가성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성과급 중 최소 지급분도 소정근로의 대가"라며 "설령 재직 조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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