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가능하려면 '기업 사회적 평가 훼손'관련 있어야
노동법률 2026년 1월호 박정현 기자 2025.12.12
온라인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기업이 직원의 사적 SNS와 커뮤니티 활동을 어느 수준까지 관리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 활동을 이유로 한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어디까지가 정당한 기업의 통제인지, 근로자의 기본권 침해인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기업들, SNS 가이드라인 마련…표현의 자유 침해?
일부 기업은 직원에게 사적 SNS 및 커뮤니티에서 회사 관련 부정적 표현 금지 등 계정 운영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 보호와 기밀 정보 유출 방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이유로 직원을 징계할 수 있을까? 이때 첫 번째 쟁점이 발생한다. 기업이 이 문제로 징계까지 하게 된다면 근로자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기업의 징계권이 충돌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문제가 실제로 법적 분쟁으로 번졌을 때 징계가 정당화되긴 어렵다.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론 징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자 개인의 SNS 활동으로 기업의 사회적 평가가 훼손되거나 조직 질서가 침해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징계가 정당화될 수도 있다.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SNS에서의 활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 영역에 속하고, 표현의 자유도 보호된다"며 "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징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근로자의 사적 영역에서의 비위행위는 '사업 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징계 사유가 된다는 기존 대법원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 변호사는 "SNS에 올린 내용이 실제로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징계가 가능하겠지만,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는 징계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 변호사는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이 개인의 과도한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사회상규에 어긋난다면 법원에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징계하려면 실제로 회사 이미지 실추, 조직 질서 문란 등 구체적 해악이 있어야 한다"며 "지침 자체만으로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직원 SNS 모니터링…공개ㆍ비공개 계정 다를까
두 번째 쟁점은 기업이 사적 SNS 활동을 어디까지 파악하거나 관리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일부 기업은 직원의 사적 SNS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다른 직원에게 특정 게시물 신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곧 형법상 비밀침해죄, 통신비밀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과 연결돼 실제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송 변호사는 "비공개 계정은 원칙적으로 열람이 제한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회사 측이 이를 들여다보거나 접근을 요구하면 형법상 비밀침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비공개 계정 내용을 기반으로 징계가 이루어지면 징계의 정당성도 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개 계정에 대해서는 접근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 변호사는 "공개 계정은 누구에게나 보라고 열어둔 공간인 만큼 회사가 내용을 확인한 것 자체는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이를 위해 직원들의 SNS 계정 정보를 별도 동의 없이 수집하고 목록화해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그러나 비공개 계정이라도 심각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경우라면 징계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도 있다. 송 변호사는 "비공개 계정에서 심각한 비위행위를 저질렀고 그 정보를 회사가 제보를 받았다면 그 캡처 화면이 징계를 위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서 예외적으로 어떤 정당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공개 계정이라고 해도 개인정보 수집 동의 없이는 활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변호사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겠지만, 동의하지 않았는데 그걸 근거로 징계하거나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계정의 공개 여부만으로 징계 정당성이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은 채용 단계에서도 반복된다. 기업이 지원자의 SNS를 확인해 성향, 이념, 사생활을 추정해 채용에 영향을 주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기업이 방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변호사는 "정당한 근거 없이 수집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동의 없는 평판조회가 불법이듯 취업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법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SNS 정보는 채용절차법상 금지 정보에는 해당하지 않아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으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다. 하지만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부적절한 정보 수집에 해당할 수 있다"며 "특히 지원자는 거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등 익명 커뮤니티 규제…징계 가능 범위는?
그렇다면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는 어떨까? 직장인 커뮤니티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공간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특히 회사명이 표시된 계정으로 성과급, 조직 문제, 내부 갈등 등을 서슴없이 폭로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기업들이 징계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익명의 글을 작성한 징계 당사자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일이다. 징계 당사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징계 당사자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특정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지적했듯이 기업의 사회적 평가가 실제로 훼손됐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송 변호사는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커뮤니티를 사용한 게시자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CCTV를 통해 특정 시간에 블라인드를 사용한 직원을 알아내는 등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합리적 추론이나 내부 면담 등을 통해 특정한 경우라면 그 자체가 위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블라인드 역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라며 "기업이 징계를 하려면 해당 게시물이 실제로 회사의 명예, 신용 등 사회적 평가를 훼손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송 변호사는 "연봉이나 성과급 등에 관해 비밀유지 조항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성과급이 지나치게 낮다'는 식의 비판적 의견 개시는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익명성 때문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특정 가능한 경우라면 연봉, 성과급 등 회사 비밀을 공개했을 때 징계가 가능할 수 있다"며 "영업비밀 등 회사의 비밀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특정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가 공개돼 회사에 실질적 피해를 준 경우에는 징계가 정당화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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