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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웹소설 쓴 드라마 보조 작가, 겸직금지 약정 위반일까?

마크6 2025. 12. 1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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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조 작가가 퇴근 후 웹소설을 연재하는 건 괜찮을까. 번역 업무를 하는 직원이 야간 외주 번역을 받아도 될까. 이런 질문들이 HR 담당자들의 머리를 쥐어짜는 순간들이죠.

겸직금지 조항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입니다. 기업 현장에 워낙 널리 퍼져 있어서 마치 법으로 정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실제로 어디까지를 겸직으로 봐야 하고, 뭘 제약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이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겁니다.

물론 기업이 이런 조항을 넣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핵심은 직원이 외부 활동을 하다가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예요. 특히 콘텐츠, IT, 디자인처럼 창의력이 핵심인 업종에서는 정보 누출 위험이 높고, 회사가 공들여 기획한 아이디어가 외부 프로젝트로 흘러나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강하게 줄을 당기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겸직금지는 사실 법률에 명시된 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근로자의 '성실 의무'라는 개념으로 해석될 뿐, 모든 겸직을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에요. 게다가 겸직금지는 근로자의 기본적인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법원은 근로시간 외 개인의 자유 시간에 이루어진 활동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겸직' 범위는?…영업비밀 연관 없으면 제한 어려워

그렇다면 겸직금지 조항이 제한할 수 있는 경쟁 업체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해당 경쟁 업체에 취직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면 근로자는 부당해고를 주장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겸직금지 조항이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한의 폭이 넓지는 않고 설명합니다. 특히나 영업비밀과 연관이 없는 일로 겸직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 전문 변호사 A 씨는 "겸직금지 조항 자체는 사적자치 원칙 아래 유효하지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항인 만큼 법원은 매우 엄격하게 심사한다"고 설명합니다.
 
A 씨는 "드라마 보조작가가 퇴근 후 웹소설을 쓰는 일 등을 현실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둘 다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지만, 한쪽이 다른 쪽의 시장을 직접적으로 잠식하거나 회사의 영업상 이익에 불이익을 주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미공개된 각본을 바탕으로 웹소설을 쓴다면 이는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영역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부서 직원이 퇴근 후 번역 외주를 받는 상황 역시 "능력의 성질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겸직 금지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법원이 겸직금지를 인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해당 근로자가 회사의 '영업비밀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겸직이 그 '영업비밀의 유출 가능성을 높이는지'입니다. 예컨대 영업비밀을 알고 있는 반도체 공정 핵심부서 연구원이 경쟁사 기술직으로 바로 이직하거나, 해당 분야의 외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겸직금지 약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A 씨는 "이런 경우 기술을 직접적으로 유출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업비밀이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겸직이나 경쟁업체 취업을 제한할 근거가 명확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근로자가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 쌓은 기술과 경험을 개인적인 경제 활동에 활용할 경우 겸직금지 약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회사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알바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업데이트한 자료나 기술, 경험 등은 회사의 자산인데, 이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겸직금지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회사가 추상적인 조항으로 과도하게 겸직금지의 범위를 넓히려고 한다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겸직금지 약정의 핵심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영업비밀'을 다룬다는 점"이라며 "사용자가 과도하게 추상적인 조항을 근거로 제한하려 하면 법원은 대부분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겸직금지 위반 해고?…"해고 정당성 인정 안 돼"
 
그렇다면 겸직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이유로 해고가 이뤄진다면 근로자는 부당해고를 주장할 수 있을까.

최진수 변호사는 "겸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히 퇴근 후 이뤄진 합법적 활동이라면 징계 사유가 된다고 해도 대부분 경고나 감봉 정도에 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권 직원이 주말에 대리기사 일을 한다거나, 제조업 직원이 취미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일이 회사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것입니다. 반면 금융권 직원이 대부업을 하는 등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활동, 또는 영업비밀을 활용한 부업 등이 확인될 경우에는 징계와 해고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 씨 역시 "법원은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는 판단을 자주 내린다"며 겸직 자체를 이유로 해고까지 이어진 사건에선 부당해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업무시간 중 부동산 임대업을 처리하거나, 회사 PCㆍ휴대전화로 부업 업무를 하는 등 명백히 근로시간을 침해한 경우는 징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퇴근 후 별개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에 이를 경우는 '과도한 조치'로 본 사례가 훨씬 많다는 게 A 씨의 설명입니다.
 
A 변호사는 "겸직금지 위반 자체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으나, 해고까지 인정되려면 영업비밀 유출이나 불법행위, 기업 신뢰의 중대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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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정현 기자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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