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업무지시, 근로시간 인정될 수도…“휴식권 침해” 근기법 위반 논란
"휴가 중인데도 카톡이 잔뜩 와서 봤더니 업무 지시 연락이었어요. 이런 경우 수당 받을 수 있나요?"
휴가를 낸 근로자에게 카카오톡을 비롯한 문자, 전화 등으로 업무 지시를 하는 문화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메신저 등 전자통신기기의 발달로 "메일 한 통만 잠깐", "고객 대응만 조금" 같은 메시지가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휴가를 떠났음에도 실상은 일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입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19년 직장인 8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꼽은 휴가철에 가장 싫은 직장 내 비매너 행위는 '휴가 중 업무 관련 문의나 지시'(62.7%)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는 "휴가 중에도 일했으니 수당을 달라"거나 "근로기준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근로자의 이런 주장이 법적으로도 타당하고 근거 있는 주장일까요?

시간외근로 인정될 여지 많아…가산수당 지급해야
휴가일이라도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휴가 중 업무 연락을 받아 업무를 하게 된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돼 그 시간에 대한 수당은 물론 가산수당까지 지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공인노무사는 "연차 중이라도 업무 관련 카톡 지시가 반복되거나 보고를 요구받는다면 실질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 경우 근로자는 시간외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노무사는 "아직 명확한 판례는 많지 않지만 업무 관련성이 뚜렷하고 사용자의 지시가 구체적이었다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시간외근로라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인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역시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자가 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노무 수령을 거부하지 않거나 오히려 업무 지시를 했다면 그 근로를 승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돼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은 물론 법정근로시간 초과에 따른 50% 가산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2019년 대법원은 근로자가 휴가일에 근로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사용자가 노무 수령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보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휴식권 침해로 근기법 위반 소지 있어
휴가 중 업무지시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닌 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휴식권 침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될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박 노무사는 "근로계약은 단순히 성과를 주고받는 도급계약이 아니라 근로자의 '시간'을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개념"이라며 "판매된 시간의 범위 밖에서 지시를 내린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노무사는 "최근 정보통신 발달로 퇴근 후나 휴일에도 상시 연락이 가능해지면서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퇴근 후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기존 법리로 봐 휴가 중 연락 역시 유사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휴가 사용 중 업무지시가 계속된다면 근로자의 휴식권 침해로 평가돼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휴가일 근로를 승인하고도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이는 임금체불에 해당하며,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고용노동부는 휴가 중 반복적인 업무지시를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로 해석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급해서' 휴가 중 연락이 불가피하다면?
다만, 회사 입장에서도 업무상 불가피하게 휴가 중인 근로자에게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담당자가 휴가 중인 상황에서 시스템 장애나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긴급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선 미리 취업규칙을 정비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임 변호사는 "이런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해 취업규칙이나 내부지침에 '연락 가능한 사유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근로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어야 법적 분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임 변호사는 "또한 일방적인 명령이 아니라, 근로자가 스스로 판단해 응하는 수준이라면 법원이 '자발적 봉사적 노무제공'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며 "하급심에서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온 바 있다"고 덧붙였습다.
Posted by 박정현 기자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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