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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성희롱 사건에서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방법

마크6 2024. 3.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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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만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고 목격자나 다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습니다.

이에 회사로서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거해 징계사유를 확정하고 징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필자가 경험했던 많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신고인들은 대부분 상급자로 피해자를 회의실 등으로 부를 권한이 있는 사람이어서 성희롱 사건이 회의실 등 두 사람만 있는 자리에서 벌어지거나 아니면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로 모두가 선명한 기억이 없는 사건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희롱 당시 존재하였던 참고인도 없거나 참고인이라고 하여도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신고인은 본인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나 또 다른 당사자는 성희롱(추행)이 아닌 애인 관계였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다수 보았습니다.

이처럼 당사자들 간에 주장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보강할 다른 증거가 존재하지 않을 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요.

실무초밀착 HR포스팅에서 이 민감한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고려할 점 1. 성인지 감수성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 또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내지 성차별적 요소 감지적 민감성을 넘어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적⋅법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지적능력 및 그 실행의지와 실천력을 포함하는 능동적 과정’을 말하며, 주로 형사법 영역 외에서 정의되는 개념입니다.

성폭력범죄 등 형사법 영역에서 언급되는 성인지 감수성은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그 감수성을 잃지 말고 사안을 심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현욱, 2023.8, 피해자진술의 신빙성 판단기준으로써의 성인지 감수성, 동의대학교 지방자치연구소, 2page 참조)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등)에 의하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므로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희롱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주장 근로자의 진술만을 전적으로 신뢰해 징계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성희롱 사건의 경우 양 당사자의 진술이 상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하면 피해자가 계획적으로 진술을 조작하고 꾸며낸 경우를 걸러내지 못해 무고한 사람을 징계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할 점 2. 성적언동이 있었을 고도의 개연성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판례를 볼 때 성희롱의 전제요건인 ‘성적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위 규정상의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가 아닌 이상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성희롱이 성립할 수는 없습니다.

위의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한 실제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고도의 개연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ⅰ) 신고인의 일관된 진술 및 참고인들의 진술을 고려한다. 성희롱 당시 목격자가 아니더라도 피해 직후 동료에게 고충을 상담한 내용이 있는지 등을 고려한다.

ⅱ) 신고인 그리고 피신고인의 평소 품행을 고려한다. 신고인이 악의적으로 해를 가하기 위한 동기에서 거짓진술을 했을 가능성, 피신고인의 평소 언행 등을 고려한다.

ⅲ) 당시의 자리배치, 가구배치, 출입문의 구조 등 객관적인 정황을 살폈을 때 피신고인의 고의적인 성적언동이 있는지도 고려한다. 예컨대, 사건당시 가구배치상 고의적으로 샤워하는 모습을 보았을지 여부 등을 살핀다.

ⅳ) 피신고인의 일관성 없는 행동을 고려한다. 예컨대, 피신고인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성적언동 직후 신고인에게 사과한 적이 있는지 등을 살핀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보통 직접증거보다는 간접증거(정황증거)를 기반으로 하기에 앞선 두 가지를 고려합니다. 정황증거를 토대로 조사를 하다 보면 피신고인으로부터‘내 의견은 들어주지 않는다’,‘억울하다’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회사 측에서 조사를 미비하게 한 경우입니다.
즉, 회사에서 조사 당시 ‘고도의 개연성’증명하지 못한 경우 입니다. 예컨대, 신고인과 피신고인 간에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고도의 개연성에 대한 조사를 미비하게 한 채 피신고인의 주장이 단순히 거짓이라고 판단한 경우입니다. 

다른 사례로는 성희롱이 아닌 실제 불륜 등으로 판단되어 징계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성희롱 및 성폭력 행위는 비위행위로 인정할만한 증거자료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진술 등이 부족하여 징계사유로 삼기는 어려워 보인 경우),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변화가 있는 경우(피해자의 진술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구체화됐고, 목격자는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고 있으며 최종 진술은 그동안 했던 피해진술과도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이 있습니다. 


실무에서의 유의사항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특히나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고, 업무상 교묘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많은 경우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하거나, 사건 발생 후 한참이 지나서 신고하는 경우가 많고, 참고인도 찾기가 어려우며,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 담당자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조사를 미비하게 한 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첫 단추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비위행위와 관련된 조사 시 미리 직관적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사실만 편의적으로 근거로 채택하면 안 될 것이며 고도의 개연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아무도 기억나지 않는 수년 전 회식자리에 있었던 성희롱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면 단순 성희롱 행위에 대한 질문 뿐만 아니라 회식 당시의 분위기(당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던 분위기인지) 등의 질문도 추가하여 간접정황 근거를 토대로 조사의 질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Posted by 강수지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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