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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ㆍ성희롱ㆍ성추행’ 팀장 해고한 회사, 법원은 ‘해고무효’…왜?

마크6 2023. 8. 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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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징계사유 중 ‘일부’만으로 해고 가능하려면…“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2023년 9월호 vol.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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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직장 내에서 팀원들에게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 성희롱을 일삼아 징계해고된 팀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보고 징계사유도 대부분 인정했지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며 회사가 징계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 6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재판장 김도균)는 직장에서 징계해고된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팀원에 폭언ㆍ욕설한 팀장, 회사는 "징계해고"
     
    주식회사 B는 데이터베이스와 온라인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로, A 씨는 이곳에서 한 팀의 리더(조직장)로 2019년 5월 2일부터 일했다.
     
    A 씨가 해고된 건 지난 2021년이다. 회사는 2021년 6월 9일 징계위원회를 거쳐 같은 달 17일 A 씨에게 해고통지서를 전달했다. 해고통지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추행 ▲무단결근 등 근태 불량 등 A 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담겼다.
     
    해고통지서에 따르면 A 씨는 팀원들에게 폭언, 욕설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을 했다. 또한, 회사 업무와 무관하거나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업무 지시를 팀원들에게 하기도 했다.
     
    이어 팀원을 포함한 다른 팀의 구성원들에 대한 비방, 자의적인 업무 결정으로 회사 업무와 성과 창출을 방해했으며, 팀원 중 한 명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개인의 성적취향을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는 "복수의 팀원으로부터 제기된 고충처리 조사 결과 A 씨는 팀의 리더라는 지위를 이용해 오랜 기간 폭언, 욕설, 불합리한 업무 지시, 팀원들에 대한 차별대우 등 팀원들을 괴롭혀 왔다"며 "팀원들 모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불안함, 무력감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A 씨는 다른 팀 여직원에게도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을 하고, 일과 중 자리를 비우거나 무단결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회사의 해고 통보에 반발한 A 씨는 곧바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A 씨는 회사가 진술한 징계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아 방어권 행사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해고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취업규칙엔 징계대상자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음에도 A 씨가 선임한 변호사의 징계위원회 참여를 배제해 실질적으로 소명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자신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징계위원 의결정족수에 미달했다는 점, 피해자들의 주관적 진술에 의해 징계사유가 왜곡ㆍ과장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징계사유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해고는 너무 과하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하자' 여부 놓고 공방…법원은 "없다"
     
    법원은 해고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부터 살폈다.
     
    근로기준법 제27조 1항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회사가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포괄적으로 작성해 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는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해고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7조 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다.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재판부는 회사가 A 씨에게 전달한 해고통지서에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해고통지서에 A 씨가 벌인 행위에 대한 일시와 장소, 구체적인 내용까지 세세히 기재돼 있진 않았지만, 징계사유에 대한 하위 항목이 존재하고 성추행의 경우 장소와 일시, 원고의 행동, 당시 상황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해고 당시 자신에 대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해고통지서 내용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원고의 방어권 행사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징계위원회 개최 2주 전부터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등 회사 측에서 A 씨에게 소명할 기회를 충분히 줬다고 덧붙였다.
     
    징계위원회에서 A 씨가 선임한 변호사를 배제해 소명 기회가 박탈됐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가 기업의 징계의결절차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A 씨는 해당 권리가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할 때 변호사 조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의 취업규칙은 징계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일부 징계사유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징계사유 중 하나인 '팀원에 대한 차별 대우'의 경우 재적 위원 5명 중 2명의 찬성을 얻어 취업규칙에서 정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법원은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징계사유에 대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것 맞지만, A 씨에 대한 징계해고 자체는 징계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의결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각 징계사유별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해야만 A 씨를 징계할 수 있다는 규정을 징계위원회에서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인정 안 된 징계사유 '일부'지만…법원은 "징계권 남용"
     
    이어 법원은 해고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를 살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성추행 등 회사가 제출한 해고 징계사유는 대부분 인정됐다. 하지만 일부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았다.
     
    인정되지 않은 징계사유는 A 씨가 팀원들에게 차별 대우를 했다는 대목이다. A 씨가 인턴에게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역할을 주지 않고, 여자 인턴들에게 '쟤네한테는 이런 일 시키지 말라'고 한 사실에 대해 법원은 "프로젝트와 일의 내용과 난이도, 필요한 역량 및 소요 기간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이것만으론 A 씨가 해당 팀원에게 차별 대우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 씨의 근태가 불량했다는 점도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A 씨가 사무실에서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많았다고 해도 팀의 리더인 A 씨의 직책과 맡은 업무에 비춰 사무실 외의 장소에서 업무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단결근 등 출근이 불량해 근무가 불성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과거 A 씨의 근무성적이나 태도 불량을 지적했다거나 개선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의 판단을 종합하면 해고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고, 징계사유도 일부만 제외하고 대부분 인정됐다. 그렇다면 A 씨에 대한 징계해고는 정당한 것일까.
     
    법원은 최종 판단에서 A 씨 손을 들었다.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여야 하는데,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법원은 A 씨에게 인정된 징계사유들이 가볍지 않다고 보면서도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A 씨를 징계해고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징계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징계해고를 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회사의 규모, 사업 성격 및 징계기준과 관행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 씨가 근무했던 지난 2년간 회사가 A 씨에게 직장 내 언행, 근무태도를 지적하거나 개선을 지시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이번 판결이 징계대상자에 대한 징계사유 전체가 인정돼야 징계해고가 가능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앞서 대법원 판례엔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법리가 존재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이를 사용자가 증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재판부는 "징계해고는 근로자 지위 자체를 박탈하는 가장 가혹한 처분임을 고려하면 A 씨에게 인정되는 징계사유가 사회통념상 다소 가볍지 않은 사유라고 하더라도 인정된 징계사유만을 들어 이 사건 해고를 유지하는 것은 A 씨에게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이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회사와 A 씨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 씨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해고는 징계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회사는 A 씨가 계속 근로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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