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대표 선정대상과 선정방법
[노동법률] 정봉수 강남노무법인 대표공인노무사
I. 문제제기
D 회사는 제조업체로 생산직이 50명과 사무직 30명, 이렇게 총 80명의 근로자로 구성돼 있다. 생산직만 가입한 복수노동조합이 있는데, 제1노동조합 다수 노조가 30명이고 제2 노동조합 소수 노조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교섭 대표노조는 제1노동조합이다. 소수 노조인 제2노동조합의 위원장은 상당수 사무직 근로자의 지지를 받아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회사는 대체휴일에 근무를 하고 대신 특정한 날짜를 휴무일로 하려고 하는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했다. 여기서 D 회사의 첫 번째 질문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가 대체휴일 변경사용에 대한 합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였다. 그리고 회사가 대체휴일 변경을 위한 근로자대표 선정을 전체 직원들에게 공지했는데 소수노조 위원장이 회사의 근로자대표 선임요청 공고를 보고, 다수노조 조합원을 모두 배제한 채로 소수노조 조합원과 사무직 근로자 일부의 동의를 받아 과반수가 동의한 회람식 근로자대표 동의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동의서를 근거로 해 현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대표를 대체휴일 서면합의의 주체인 근로자대표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두 번째 질문이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하고자 한다.
Ⅱ. 근로자대표 선정대상의 적격성
1. 근로자대표 선정이유
집단적 근로조건의 결정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조건 노사대등결정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집단적 근로조건의 변경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필요로 한다. 여기서 근로자대표라고 하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대상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역할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을 변경해 운영하는 경우에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근로시간의 변경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유급휴가의 대체 등이다.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집단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형사처벌이 면책된다.
둘째로 경영상 해고에 있어서 근로자대표와의 사전협의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 없이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 한 경우를 말한다. 사용자가 경영상 해고를 할 경우에는 50일 전에 근로자대표에게 통보하고 해고회피노력과 해고대상자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용자의 근로자대표와의 협의절차는 경영상 해고의 정당성 입증에 있어 필수 요건에 해당된다(근로기준법 제24조).
셋째로 취업규칙에 있는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근로자대표의 동의가 필요하다.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받지 못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은 정당한 규정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2. 근로자대표 선정대상 관련 행정해석과 판례
⑴ 행정해석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대표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하므로 근로자대표는 원칙적으로 전체 사업(장) 단위로 선출해야 한다. 다만, 특정 직군이나 직종에 한정해 적용되는 사항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사업(장) 전체 근로자를 기준으로만 근로자대표를 선정해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적용대상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대변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과반수'에 대해서 대법원은 "일부 근로자 집단에 적용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 적용되지 않거나 적용이 예상되지 않는다면 해당 근로자 집단만이 취업규칙 변경의 동의 주체가 된다"고 판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장의 특정 직종(시설직 등)만을 대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등 특정 직종이나 직군에 한정해 적용되는 사항일 경우에는 해당 직종이나 직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근로자대표로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근로자대표 또한 해당 직종이나 직군 근로자 과반수가 참여한 투표·거수 등의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선출 또는 결정돼야 한다.
⑵ 관련 판례
1)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점에는 어느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다른 근로자 집단에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가 된다. 그렇지 않고 근로조건이 이원화돼 있어 일부 근로자 집단에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돼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해당 근로자 집단 이외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이 없는 경우에는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집단만이 동의 주체가 된다.
2) 한 병원이 4급 이상의 근로자들을 정리해고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근로자 중 주로 4급 이상의 직원을 감원하기로 하는 경우 4급 이상 직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도 필요하다. ○○병원이 정리해고와 관련해 협의하였다고 하는 근로자대표는 신모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5급 이하의 직원, 고용원, 기능직 직원들로 구성돼 있고, 근로자의 과반수를 넘지 않고 주로 5급 이하의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조합원은 대부분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니어서 이 사건 정리해고와 거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고, 근로자대표의 선출도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3) 서울행정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들 중의 일부 직급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와 정리해고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여야 할 것이고, 대표성을 지니지 못한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만약 이와 달리 해석한다면 일부 계층의 근로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의사와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자에게 운명을 맡기는 것을 감수하도록 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Ⅲ. 근로자대표 선정방법의 적격성
1. 근로자대표 선정원칙
근로자대표라고 하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이 근로자대표가 되고,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말한다. 따라서 과반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과반수 근로자대표를 따로 선출해야 한다. 노동관계법령에서는 과반수 근로자대표의 선출과 관련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 소속 근로자의 의사를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는 민주적인 선출 방법으로 근로자의 과반수 지지를 얻어 선출돼야 하며 사용자의 지명이나 임명은 허용되지 않는다.
2. 근로자대표 선정에 대한 판례
1) 근로자대표의 선출은 선거와 같은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회의방식 포함)을 원칙으로 한다. 근로자대표의 선출은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 집합한 회의에서 근로자 개개인의 의견표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무기명 투표 등)으로 의결한 결과 근로자의 과반수가 선출한 자를 근로자대표로 정해야 한다.
2) 개별적 회람 및 서명을 통해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는 것은 유효한 선출로 볼 수 없지만,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 분산돼 있는 등 동일한 장소에서 선거나 회의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업장 및 부서별로 근로자가 자유롭게 근로자대표를 지명하고 이를 취합하는 방식은 허용된다.
3) 과반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별도의 선출절차 없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대표로 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근로시간 유연화제도가 근로조건 결정 기능을 수행하는데 반해, 노사협의회는 의결사항이 제한되는 등 그 법적 취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Ⅳ. 근로자대표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
1.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가 사업장의 근로자대표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
노사협의회의 목적은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참여와 협력을 통해 노사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있지, 근로조건의 결정을 하는 데 있지 않다(근로자참여법 제1조). 그래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는 근로자위원 선정 시에 대체휴일 변경과 같이 사업장 단위의 근로자대표의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는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대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와 동일시할 수 없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 당시에 근로자대표 권한행사 사실이 주지된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위원을 근로자대표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자대표 권한 행사 사실은 선출되는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는 사실과 권한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공고·게시하는 등 사회통념상 근로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지해야 한다. 사실상 D 회사의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는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 선정 시 이러한 사전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사업장의 근로자대표가 될 수 없다.
2. 근로자대표 선정방법이 적법했는지 여부
회사는 유급휴일을 대체근무일로의 변경을 위해 사업장 단위의 근로자대표가 필요해 근로자대표를 선정해 달라고 전체 근로자들에게 공지했다. 이에 대해 소수노조 위원장이 근로자들의 과반수의 회람식 서면 동의를 받아 회사에 본인이 근로자대표라고 보고했다.
소수노조 위원장이 근로자대표 선임 공고를 보고 다수노조 조합원을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 소수노조 조합원과 사무직 근로자의 일부 동의를 받아 사업장 근로자의 과반수가 동의하는 회람식 근로자대표 선임 동의서를 회사에 제출했다.
관련해 행정해석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의 선임 절차 및 방법에 대해서는 근로자대표의 권한과 선출 절차 등을 전체 근로자에게 통지하고 타 후보자의 참여를 제한하지 않는 등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있는 자율적·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해야 한다.
해당 사업장은 교섭대표 제1노동조합이 있고,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제1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로서 사용자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노사협의회의 근로자대표는 전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대표 선정 과정에 있어 공개적인 의견수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회람식 동의서를 받아 제출한 것은 근로자대표 선정의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에 근로자대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V. 결론
현행 근로자대표제도는 일시적 기구이고 근로자대표 지위에 대한 보장도 없다. 근로자대표 선정절차에 대한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업장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대표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방법, 임기보장, 상설기구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근로자대표제도의 개선을 통해 근로기준법의 대원칙인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이 모든 사업장에서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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