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신고는 징계 가능…조사의 공정성과 판단의 객관성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을 때 회사는 어디까지 조사해야 할까요?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반복적인 신고로 확인된다면 징계할 수 있을까요?
고용노동부가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전면 개정했습니다. 이번 개정에서는 최신 판례를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고, 허위·반복 신고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명시했습니다.
판단이 모호했던 괴롭힘 유형을 70여 개의 판례를 통해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어떤 경우를 허위 신고로 판단할 수 있는지, 회사가 어느 범위까지 제재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기업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3년 만에 전면 개정된 괴롭힘 대응 매뉴얼
고용노동부는 지난 2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을 전면 개정했습니다. 2023년 4월 매뉴얼이 발표된 이후 3년 만의 개정입니다.
개정 매뉴얼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 조사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침
▲ 최신 판례를 반영한 괴롭힘 유형과 판단기준
▲ 허위·반복 신고를 이유로 한 징계 가능성
특히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회사가 스스로 조사하는 이른바 ‘셀프 조사’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행위자인 사건에서는 감사가 직접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조사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외부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사업장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경우에는 조사 결과뿐 아니라 사실관계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충분히 설명해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도록 했습니다.
가상 사례 대신 70여 개 최신 판례로 판단기준 구체화
기존 매뉴얼은 주로 가상의 사례를 통해 괴롭힘 유형과 판단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반면 개정 매뉴얼은 그동안 축적된 70여 개의 최신 판례를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과 판단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지, 행위가 지속적·반복적이었는지, 피해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같은 발언이나 지시라도 당사자의 관계, 업무상 필요성, 행위가 이뤄진 장소와 방식, 반복성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업 실무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신고 내용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구체적인 맥락과 객관적인 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도 최신 판례를 유형화해 반영한 점이 실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준영 커넥트 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개정 매뉴얼이 판단이 모호한 영역에 대한 최신 판례를 정리해 반영한 점은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월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처리 지침과 관련 판례를 함께 수록해 근로자와 회사, 실무자가 사건을 보다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영민 법무법인 태평양 공인노무사도 “개정 매뉴얼이 최신 판결과 함께 괴롭힘 사례별 설명을 추가한 만큼 실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지속적으로 매뉴얼이 개정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사 결과, 결론만 통지해서는 부족합니다
조사 결과 통지 방식도 한층 구체화됐습니다.
기존 매뉴얼에서는 조사 결과를 어떻게 통지해야 하는지 비교적 간략하게 안내했습니다. 이번 개정 매뉴얼은 신고 내용과 적용 법령,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 근거, 회사가 실시한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했습니다.
김준영 노무사는 “신고 내용, 적용 법 규정, 판단 근거, 조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한 것은 당사자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히 ‘괴롭힘에 해당한다’ 또는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만 전달하기보다, 조사에서 어떤 사실이 확인됐고 어떤 기준을 적용해 결론을 내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나 개인정보, 신고자와 참고인 보호가 필요한 정보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사자의 알 권리와 조사 관계자의 비밀 보호 사이에서 적절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위·반복 신고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허위·반복 신고 문제를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입니다.
개정 매뉴얼은 허위·반복 신고자에 대한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판결을 소개하면서, 허위 신고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신고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신고자를 징계할 경우 불리한 처우나 신고자에 대한 보복으로 판단될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매뉴얼 개정으로 직장 질서를 교란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하거나 악의적으로 신고 절차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규에 따른 제재를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김준영 노무사는 “개정 매뉴얼이 허위·반복 신고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면서 기업들이 앞으로 직장 질서를 교란하는 무고성 신고에 대해 사규에 따른 제재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며 “무고성 신고 사실이 입증되면 유급휴가 환수 등 페널티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단순히 처벌만 고려하기보다는 조사 역량을 강화해 무고성 신고가 발생하는 원인 자체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허위 신고와 반복 신고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영민 노무사도 “그동안 별도의 매뉴얼이 없어 신고 남용이나 허위 신고에 회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며 “개정 매뉴얼이 허위 신고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고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모두 ‘허위 신고’는 아닙니다
기업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조사 결과 인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허위 신고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신고자가 실제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식해 신고했지만 증거가 부족하거나,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다고 보기 어려워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 신고로 징계하기 위해서는 신고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과 다르다는 점뿐 아니라 신고자가 그 내용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고의로 신고했는지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반복 신고 역시 횟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동일한 사안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제기한 것인지,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를 바탕으로 다시 문제를 제기한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정 매뉴얼은 허위·반복 신고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판단기준이나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의 범위까지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김영민 노무사는 “허위 신고의 판단기준과 사용자의 조치가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해 매뉴얼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향후 보다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뉴얼 배포만으로 영세사업장의 대응 역량이 높아질까
고용노동부는 개정 매뉴얼 배포와 예방 교육 확대를 통해 영세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역량을 높일 방침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매뉴얼 개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보다 공정하게 조사하고 현장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상시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확대하고 분쟁 해결 지원도 강화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매뉴얼 배포와 일회성 교육만으로 영세사업장의 조사·대응 역량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준영 노무사는 “영세사업장은 법정 교육을 이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매뉴얼 배포나 일회성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며, 단순한 교육 제공보다 현장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영민 노무사도 “매뉴얼 배포와 일회성 교육만으로 영세사업장의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영세사업장의 괴롭힘 예방과 대응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HR 실무자가 점검해야 할 대응 포인트
이번 매뉴얼 개정은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요구합니다.
먼저 대표이사나 임원 등 사용자가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를 대비해 독립적인 조사 주체와 보고 체계를 사전에 마련해야 합니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 조사, 외부 전문가 참여, 외부 전문기관 위탁조사 등의 절차를 취업규칙이나 내부 지침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자에 대한 전문교육도 중요해졌습니다. 신고인과 피신고인, 참고인에 대한 질문 방식이나 증거 수집 절차가 부적절하면 조사 결과 자체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 결과 통지서에는 적용한 법적 기준과 인정된 사실관계, 판단 근거, 후속 조치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되 개인정보와 비밀 유지가 필요한 내용은 적절히 보호해야 합니다.
허위·반복 신고에 대한 규정도 점검해야 합니다. 다만 ‘괴롭힘 불인정 신고’를 일률적으로 허위 신고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기보다는 고의성, 신고 내용의 객관적 허위성, 반복 신고의 목적과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신고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조사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판단 근거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허위 신고에 대한 징계 가능성이 명시됐다고 해서 성급하게 신고자를 제재할 경우 오히려 불리한 처우나 보복성 징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뒤 대응 방식을 고민하기보다, 지금부터 조사자 지정, 외부기관 활용 기준, 결과 통지 방식, 허위·반복 신고 판단기준을 포함한 사내 대응 프로세스를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Posted by 이재헌 기자
월간 노동법률
'인사, 노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7 최저임금 확정! 월급부터 지원금까지 총정리 (0) | 2026.07.22 |
|---|---|
| [이슈 판결 분석] 원심 뒤집은 구 노조법상 CJ대한통운 교섭의무 없음 판결... 기업이 주목해야 할 점 (0) | 2026.07.22 |
|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 만능키가 아닌 이유 (feat. 퇴사자와의 약속) (0) | 2026.07.22 |
| 근로감독이 ‘노동감독’으로 대폭 강화…기업들, 사전 점검 리스트는? (0) | 2026.07.22 |
| 🗓️지금 안 하면 늦어요! 2026 연차사용촉진, HR실무자가 꼭 봐야 할 Q&A 11 (0) |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