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같은 마음....

인사, 노무이야기

PC 싹 밀고 나간 직원, 왜 처벌이 어려울까? 퇴사자 파일삭제 사건의 의외의 쟁점

마크6 2026. 4. 28. 08:08
728x90
SMALL

퇴사 직전 직원이 업무파일을 모두 삭제하고 나갔다면, 회사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유폴더 자료가 사라지고, 메일함이 비워지고, 인수인계 파일까지 없어졌다면 실무에서는 바로 “형사고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사건에서 회사가 기대한 만큼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법은 “파일을 삭제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자료가 누구의 지배관리 영역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삭제가 실제로 업무방해의 위험을 만들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1. 파일을 지웠다고 해서 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퇴사자의 자료삭제 문제에서 주로 거론되는 범죄는 전자기록등손괴와 업무방해입니다.
하지만 이 두 범죄 모두 삭제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는 “업무자료가 사라졌으니 당연히 처벌돼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삭제된 자료가 어떤 자료였는지, 어디에 저장돼 있었는지, 평소 누가 관리하던 자료였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즉, 감정적으로는 명백한 잘못처럼 보여도, 법적으로는 훨씬 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2. 핵심은 ‘회사 자료’가 아니라 ‘회사가 관리하던 자료’인지다
전자기록등손괴가 성립하려면 삭제된 대상이 타인의 전자기록, 즉 타인이 지배·관리하고 있는 자료여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실무상 문제가 자주 생깁니다.

회사는 분명 업무자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파일이 직원 개인 PC에만 저장돼 있었거나, 직원이 직접 정리해둔 개인 작업폴더에만 존재했거나, 회사 공식 시스템이 아닌 개인 계정이나 로컬 저장장치에 보관돼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하더라도, 법적으로는 그 자료가 회사의 명확한 관리영역 안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업무 관련 자료냐”보다 “회사가 지배·관리하던 자료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3. 업무방해도 ‘삭제했다’만으로는 부족하다
업무방해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파일을 지웠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삭제 때문에 실제로 업무에 지장이 생길 위험이 인정돼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은 단순히 회사가 화가 났다거나 기분이 나빴다는 차원이 아닙니다.
그 삭제행위로 인해 업무가 중단되거나, 인수인계가 불가능해지거나, 다른 직원의 업무가 실질적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삭제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차질의 위험성이 함께 보여야 합니다.

4. 왜 이런 사건일수록 회사의 시스템이 더 중요할까
이런 사건에서 결국 다시 문제되는 것은 회사의 정보관리체계입니다.
업무파일을 어디에 저장해야 하는지, 공유폴더나 서버 사용 원칙은 무엇인지, 백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퇴사 직전 자료 점검은 어떻게 하는지 같은 기준이 없었다면 회사가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료가 원래 공유시스템 안에서 관리되고 있었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던 자료였으며, 삭제 후 실제 업무 차질이 확인된다면 회사가 책임을 묻는 데 훨씬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직원이 PC를 싹 밀고 나간 사건은 단순히 그 직원의 악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관리체계가 얼마나 작동하고 있었는지도 드러내는 사건입니다.

5. 처벌 여부보다 먼저 봐야 할 질문
이런 일이 생기면 당장 고소 가능성부터 검토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그 전에 몇 가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삭제된 자료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 자료가 회사 서버나 공유폴더에 있었는지,
🔹직원 개인 영역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닌지,
🔹백업자료는 있는지,
🔹실제 업무차질이 발생했는지,
🔹퇴사자 계정 회수나 점검 절차가 있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검토 없이 감정적으로 형사절차부터 밟으면, 기대보다 실익이 적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김한나 변호사
법무법인 율사서재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