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근로자에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을 포함해 다시 산정한 수당 400억 원어치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700억 원대에 달한다. 법원은 정기적으로 지급되던 가족수당, 교대수당, 자격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근로시간면제자의 임금 청구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번 소송은 2010년부터 2013년치 임금에 대한 청구로 노조는 2022년까지 구간을 3개로 나눠 각각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당진공장뿐 아니라 인천공장 근로자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 말고도 네 건의 소송이 더 법원에 계류 중이다. 가장 큰 규모 소송의 소가는 1000억 원대에 달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대제철 근로자 283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근로자 승소 취지다.
'고정지급' 상여금은 통상임금...가족수당도 인정
현대제철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각종 수당을 산정해 왔다. 근로자들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다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냈다. 회사가 지원하는 단체 상해보험료, 문화행사비, 하계건강지원비 등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현대제철 임금은 기본급, 직급수당, 직책수당, 근속수당, 자격수당, 가족수당, 교대수당, 직무수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기상여금은 짝수월과 명절마다 100%씩, 연간 800%가 지급됐다. 지급액은 전달과 전전달의 임금 총액을 반으로 나눠 산정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정기상여금의 고정지급분은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른바 '갑을오토텍 사건'이다.
1심도 이 법리에 따라 가족수당, 고정연장수당, 교대수당, 자격수당, 조정수당, 직급수당, 직무수당, 특별호봉수당 등이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이 수당들은 근태에 따라 매월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된 수당이어서다.
1심은 "정기상여금의 액수 자체는 근태에 따라 매회 변동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정기상여금 중 지급 전달과 전전달의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만큼은 일정한 금액으로 지급됐고 퇴사하는 근로자에게도 확정적으로 지급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근태에 따라 변동되는 시간 외 근로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문화행사비, 단체 상해보험료, 하계건강지원비는 평균임금으로 인정됐다.
2심과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하면서 이 판결은 확정됐다.
대법 "근로시간면제자도 재산정 야간수당 청구 가능"
대법원은 근로시간면제자의 임금 청구도 인정했다. 회사 측은 근로시간면제자는 이미 초과근로시간 45시간에 해당하는 급여를 지급받고 있어 통상임금을 포함해 재산정한 야간수당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현대제철 근로시간면제자가 받은 임금은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 근로자의 통상 근로시간과 근로조건 등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과 비교해 사회통념상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할 정도로 과다하지 않다"며 "근로시간면제자들에게 재산정된 통상시급을 기준으로 수당 차액을 지급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시간면제자가 노동조합 업무를 수행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서 야간근로시간을 산정할 때는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며 "단체협약의 불이익처우 금지 규정에 따라 노조 전임자에게도 다른 근로자와 같은 기준으로 야간근로수당을 재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법리에 따른 판단으로 새로운 쟁점이 담긴 소송도 아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차곤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이 통상임금이라는 것은 이미 인정된 대법원 법리이고 다른 쟁점들도 새로운 쟁점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근로시간면제자의 임금 청구를 인정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다. 처음 대법원에서 근로시간면제자의 임금 청구가 인정된 것은 기아의 통상임금 소송에서지만 당시 기아의 근로시간면제자는 현행 노동조합법상 전임자가 아니라 단체협약상 노사 합의로 인정한 전임자였다. 노동조합법이 인정하는 근로시간면제자의 야간수당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처음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부가 지난 11일 통상임금 소송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지예 기자 jyjy@)
700억 원이 전부 아냐, 1000억 원대까지...후속 소송에 주목
소송을 주도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부는 "대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지 10년 8개월 만에 노동자들의 임금청구를 인정했다"며 "소송 청구는 단지 돈 몇 푼 받자고 제기한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임금체계를 정상화시키기기 위한 것으로 현대제철 자본은 이번 대법원 판결 결과에 따른 승소금을 지체없이 지급하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같은 쟁점으로 지부가 진행 중인 소송이 네 건 더 있다는 점이다. 지부는 이번 소송(2010년~2013년, 1차 소송) 외에도 두 개 기간에 나눠 2차(2013년~2017년), 3차(2017년~2022년) 소송을 각각 진행 중이다. 2차, 3차 소송의 원고 규모는 각각 4000명 내외로 소송 규모는 수백억 원 대에 이른다. 2차 소송의 소가는 860억 원, 3차 소송의 소가는 1067억 원에 달한다.
2차와 3차 소송 모두 항소심 계속 중으로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지연이자까지 가산된다. 이번 소송도 소가는 440억 원이었지만 소송 청구로부터 대법원 판결이 10년 가까이 걸리면서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700억 원 대까지 늘었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도 있다. 인천공장과 포항공장 근로자 39명이 제기한 소송으로 청구 기간은 1차 소송과 같다. 다만 이번 사건과 다른 재판부에 배당됐다.
2차 기간에 대해 제기한 소송도 한 건 더 있다. 근로자 117명이 참여한 소송으로 소가는 8억9000만 원 정도다. 이 소송은 860억 원대 소송과 같은 재판부에 배당됐고 오는 3월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상은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2~3차 소송들은 이번 사건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재판들도 재개돼 대법원이 인정한 쟁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판결을 조속히 내려 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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