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조직질서를 바로잡고, 근무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소속 직원의 비위행위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징계권의 행사는 조직 및 인사관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징계는 건전한 조직 분위기를 조성할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도 하며,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나가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다만, 징계권을 행사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만약 그 수단과 방법이 적절치 못한다면 이로 인한 예기치 못한 법적 문제들을 마주하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HR 포스팅은 비위행위와 관련한 제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사용자 또는 동료직원들이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법적인 유의사항들을 폭넓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사실 확정은 증거에서부터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는 여러 징계 사유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근무 태만이나 무단결근, 허위보고, 업무상 지시 위반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징계 사유에 포섭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 “존재”하는지를 다툼이 없도록 확정하는 것입니다.
사실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징계권자(인사위원회 또는 사용자)가 이를 직접 목격하지 않는 이상 실제 이러한 사실이 존재하는지 확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그 정보들을 바로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증거는 여러 가지 분류법으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소송법적인 분류법을 참고해보면, 정보 매개체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인적증거(증인 등), 물적증거(유체물 등), 서면증거(문서 등)로 구분해볼 수도 있고, 별도로 추론의 절차가 필요한지에 따라 직접증거 또는 간접증거(정황증거), 사람의 진술을 증거로 하는지에 따라 진술증거와 비진술증거 등으로도 구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증거들은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한 자료로 종합적으로 고려, 활용되기 때문에 다양한 증거가 제출될수록 직원의 비위행위가 “존재”하였는지를 확정하기가 조금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 또는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직접 인지하거나, 아니면 신고를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제보 사실들을 토대로 의심되는 비위 행위자의 비위행위 관련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고자 다양한 증거수집 활동을 하곤 합니다.
증거수집 어디까지 가능할 것일까
회사가 확인하고자 하는 비위행위의 각 요증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익명 또는 비공개 제보, 사내 게시판, SNS, 관련된 자들의 고충 제기, 비위 행위 관련 공범의 임의 자백, 회사 내부 감사팀 또는 인사팀의 직접적인 정기 감사 또는 수시 감사, 동료직원들의 제보 또는 진술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이처럼 제보 사실들을 토대로 구체적인 증거들을 모아나가는 것은 적법한 징계를 위한 활동일 수도 있지만, 증명과는 별개로 그 수단과 방법 자체가 또 다른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1) 가장 대표적으로 헌법 제10조, 제17조에 근거하여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를 초상권이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초상권을 인정하면서도 “누구나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도 하면서,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될 순 없다”라고 하고 있고, “위법성 판단은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로서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 2020다227455, 2021.4.29.)
따라서 회사 또는 사인(私人)이 특정 근로자의 징계처분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타인의 초상권 등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른다면 이는 위법성이 인정되어 민사상 불법행위에 성립될 수 있으므로 그 수단과 방법의 이익형량을 충분히 검토하여 진행하여야 합니다.
[대법 판결 요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이더라도,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내용ㆍ방법 등이 부당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하여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이 가려진다.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침해행위의 보충성과 긴급성, 침해방법의 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의 영역에 속하는 고려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침해행위로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그리고 일단 권리의 보호영역을 침범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평가된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2020다227455, 2021.4.29.)
(2) 한편, 증거수집을 위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인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업무 방해행위는 형사상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에 이를 수도 있으며, 나아가 무단으로 건조물 등에 침입하여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는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에 해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증거를 수집하면서 타인의 편지나 문서 등 봉해져 있는 문서 등을 동의 없이 개봉한 경우에는 형사상 비밀침해죄(형법 제316조)이 문제되지 않는지도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3) 뿐만 아니라 회사가 증거수집 과정에서 인지한 사실들을 공연히 적시하거나, 징계와 별도로 개인 SNS 등에 해당 사실들을 업로드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그 사실의 진위와 별개로 이는 형사상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이하)나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 등(정보통신망법 제44조 이하)도 문제될 수 있음을 유념하여야 하며, 나아가 누구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한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위반(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개인의 위치정보, 부동산정보, 신체 정보 등을 개인의 동의 없이 제공, 활용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도 문제 될 수 있음을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3) 증거수집을 위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 인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라면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나, 무단으로 건조물 등에 침입하여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수준에 이르는 증거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 타인의 편지나 문서 등 봉해져 있는 문서 등을 동의 없이 개봉한 경우에는 비밀침해죄(형법 제316조) 등 각종 형사상 처벌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절대 이러한 법 위반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위법한 증거수집이 징계에 미치는 영향
만약 증거수집의 과정이 위법한 경우 해당 증거를 활용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무기 대등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이 엄격하게 준수되는 형사법 체계에서는 명문으로 위법한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으나(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1)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 사인(私人)의 증거수집이 경우에는 이익을 형량하여 판단하고 있고(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도3990 판결 등),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는 것이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대법 2010. 9. 9. 선고, 2008도3990 판결)
(2) 최근 수원지법에서는 CCTV와 같이 영상녹화물을 근거로 징계자료로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별개로 이러한 징계자료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적법성을 인정하기도 하였으며(수원고등법원 2021.4.8. 선고 2020나17579판결 참조),
(3)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한 민사소송법하에서 증거의 채택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고도 보아야 할 것이므로(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138, 37145 판결 등 참조), 위법한 증거수집이 당연히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증거수집과정에서 위법한 방법과 수단이 동원되어 그 불법성이 인정된다면 전체적인 사실 판단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법 리스크를 모두 고려해본다면 증거수집과정에서의 적법성은 갖추어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Posted by 한후광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유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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