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 뉴스레터 8월호-고용노동칼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가치사슬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안정화 교수>
임금의 공정성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일자리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경우 유사한 자격을 갖춘 노동자들이 동일한 근로조건 하에서 동일한 일을 수행할 경우 동일한 임금을 지급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논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논의로 확장된다. 노동자들이 직무내용, 책임성, 숙련 및 자격 수준, 근로조건이 다르더라도 전체적으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수행한다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논리의 초점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동일노동의 경우뿐만 아니라 상이한 일을 하는 보다 일반적인 상황까지 포괄한다. 현실에서 사회적 차별의 결과로서 여성과 남성이 다른 입직경로, 즉 직무, 다른 근로조건, 다른 기업에서 일하게 되는데,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이러한 차별을 고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논의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논의로 진전됨으로써 임금의 공정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진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일 가치의 노동을 측정하여 범주화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더욱이 유사한 가치의 노동을 범주화하더라도 이와 같은 정의만으로는 분절된 노동시장을 치유하기 어렵다.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직무들 사이의 수평적 공정성은 일정 정도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발생되는 심각한 직무 간의 임금 격차, 기업 간의 임금 격차 등 수직적 불공정성은 완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자들 사이의 분배와 격차, 때로는 노사 간의 분배와 격차가 이러한 협소한 의미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정의로 오히려 정당화되고 증폭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직무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 아니며, 차별은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보다 폭넓은 고려 속에 논의될 필요가 있다. 종종 임금체계의 변화가 개별 기업 또는 기관에서의 도입을 고려하여 주장되고 있는 것은 중층적인 교섭구조가 마련되기 어려운 현실적인 법제도적 여건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된 것처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충실히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현실에 존재하는 기업 간 수직적 격차에는 무력하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좁게 해석하면 동일직무 동일임금이다. 직무 간 연관 관계와 각각의 기여를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직무는 개인, 팀, 부서 단위의 가치로 독립적으로 고려된다. 그러나 그런 독립된 직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가치는 기업 내에서만 창출되는 것도 아니며 가치사슬 내에 있는 기업 모두의 생태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업종별 가치사슬이 개별 기업과 기관을 넘어선 연대와 교섭의 물적 기반인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일가치노동의 범주는 업종과 사회로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으며, 임금 역시 확장된 가치사슬에 대한 고려 속에서 결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사슬의 정점에 있는 사용자에서부터 말단에 있는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호명되고, 참여하고, 교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 없이 직무가치를 논의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는 것은 불평등을 완화시키지는 못하면서 이론을 외쳐 스스로 만족하는 허울이기 쉽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결정할 노동 가치의 비교는 과학적이어야 하지만, 가치의 크기와 차이의 결정은 사회적인 것이어야 한다. 빈곤과 임금격차가 과학의 문제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부터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J. A. 홉슨은 『빈곤의 문제』에서 고한 노동자들의 삶에 대한 기술을 통해 빈곤, 실업, 미숙련,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병폐’임을 기술하고 있다. 과학이 아닌 사회가 치유의 대상이어야 하며 결국 해법은 사회 구성원들의 조절 능력과 이를 위한 제도적 기제의 설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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