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급 체계에서 비공식적인 직무급 요소
<한양대학교 이상민 교수>
사회적으로 임금체계 변화에 대한 논의가 무성하지만, 실제로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 효과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성공하였거나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비하여 광범위한 확산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이 직무급 도입과 관련한 몰이해와 저항, 이견과 갈등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임금체계를 변화시킬 것인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충족하면서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일 방안은 현재 임금체계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작용하는 직무급적 요소를 공식화하는 방식으로 개편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임금체계 개편이 확산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직무급, 직능급, 연공급, 성과급 등 다양한 임금제도들의 차이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직무급은 업무 수행 전에 직무가치를 평가하여 보상을 차등하는 방식이고, 직능급은 업무 수행 전에 담당자의 능력과 역량을 평가하여 차등 보상하는 제도이다. 연공급은 업무 수행 전에 담당자의 근속연수에 따라 차등하여 보상하는 방식이고, 성과급은 업무 수행 후에 담당자의 업무 결과 또는 성과를 측정하여 이에 근거해서 차등 보상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직무급이 업무 수행 이전에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면, 성과급은 업무 수행 이후에 보상 수준을 결정한다. 직능급이나 연공급은 업무 수행 전후와 무관하게 속인적인 속성에 기초하여 보상한다.
현재 임금제도의 실행 과정을 분석하여 보면, 공식적인 직무급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사전적으로 직무가치를 평가하여 차등 보상하는 비공식적인 관행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공식적인 직무급 체계에서는 해당 직무를 수행할 때에 필요로 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 등의 직무가치를 업무 수행 이전에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평가하지만, 비공식적인 직무가치 보상 관행에서 직무가치는 주관적이고 파편적인 방식으로 평가되거나 성과, 역량, 연공 등과 혼재되어 평가된다. 첫째, 공식적으로는 성과급 형태로 보상을 하지만, 사후적인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사전적인 직무난이도를 감안해서 보상하는 관행이다. 이 경우에 사후적인 성과에 대한 보상과 사전적인 직무가치를 적당하게 혼합하여 보상하거나, 혹은 사후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서 성과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 없이 오로지 사전적인 직무가치만을 고려해서 이를 성과로 간주하고 보상하는 성과급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 본래의 성과급이 갖는 동기부여 취지를 약화시키거나 성과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둘째, 공식적으로는 업무수행자가 보유한 능력이나 역량을 평가하여 직능급 혹은 능력급 형태로 차등 보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유능력 대신에 그가 수행하는 업무의 난이도를 비공식적으로 반영하여 보상하는 관행이다. 이 경우에 업무수행자의 속인적인 능력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서 해당자가 맡고 있는 업무의 성격을 고려하여 평가하고 보상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 인사고과를 할 때에 하급자의 보유역량과 태도를 평가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피평가자들의 보유역량 간에 큰 차이가 없거나 객관적인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 힘든 일을 맡고 있는 업무수행자에게 높은 고과점수를 줄 수 있다. 또는 보유역량과 태도를 평가할 때에 해당자가 맡은 업무 난이도를 고려하여 인사고과(능력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셋째, 직무가치가 큰 업무를 맡은 구성원에게 승진이나 승급을 통하여 보상하는 방식이다. 승진 또는 승급이 공식적으로는 근속연수 혹은 잠재역량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수준의 사용자 재량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경우에 어렵거나 힘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구성원 또는 다른 구성원들이 꺼리는 일을 수행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사용자 재량을 활용해서 일종의 보상 차원에서 여타 구성원들에 비하여 먼저 승진 또는 승급을 시킬 수 있다. 넷째, 특정한 직무 혹은 작업조건에 대하여 수당 형태로 사전적인 직무가치를 인정하고 보상하는 관행이다. 이러한 경우에 연공급이나 능력급으로 기본급을 운영하고 직무가치를 수당에 반영하여 결합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직무수당 혹은 직위수당이 책정되어 있지만 체계적인 직무평가를 통하여 수당 간에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비공식적인 직무가치 보상 관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연공급으로 고임금을 받는 장기근속자에게 기술이나 책임 수준이 높은 일을 맡겨서 실질적으로는 직무가치가 높은 일에 대하여 보상하는 관행이다. 이러한 경우에 공식적으로 근속연수에 기초한 연공급 형태를 보이지만 비공식적으로 책임 수준이 높거나 직무난이도가 높은 업무의 직무가치에 대한 보상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직무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보상 관행이 존재하지만, 직무가치 지향적인 임금체계 개편의 논의는 이와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직무급 개편은 매우 개념적이고 원칙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을 통해 외국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거나 직무평가를 위해 엄격한 점수법을 적용해야 임금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급 도입 시도는 조직자원이 풍부한 일부 대기업에서만 가능한 방식이고,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현실과 괴리되어 매우 많은 비용과 구성원들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설사 직무가치 지향적인 임금체계가 전격적으로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임금체계로 자리를 잡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거나 아니면 결국 실패하고 과거의 임금체계로 회귀할 수도 있다. 또는 공식적으로 직무급이지만 다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 만약에 앞서 언급한 비공식적 직무급 관행들 중에서 조직의 상황에 맞게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여러 관행을 묶어서 직무급 도입의 단초로 삼는다면 설계비용을 절감하고 구성원들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상과 관련하여 조직이 유지하여 온 맥락을 거스르지 않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공식적 직무가치에 대한 보상 관행과 전혀 무관하거나 연관성이 매우 적은 상황에서 직무급 도입이 연역적 차원으로 시도된다면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조직의 보상 맥락 차원에서 공정성 이슈가 강하게 제기될 수 있다. 그러므로 비공식적으로 직무가치를 보상하는 관행을 일정한 수준으로 체계화하여 공식적인 직무가치 지향적 임금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정적 관리를 통하여 임금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합리화하는 노력을 미리 계획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비공식적인 보상 관행은 일관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아서 임금공정성 개선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파격적으로 보상하기에는 사용자 재량의 범위 내에서 비공식적으로 보상하는 수준이 직무가치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을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이 지나온 경로에 따라 상황적합적인 방식을 통하여 다양하게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직무급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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