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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근로인데도 퇴직금이 나온 이유

마크6 2026. 4. 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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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초단시간 근무기간까지’ 퇴직금 지급을 인정한 이유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일반적으로 연차휴가나 퇴직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실무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업장에서는 근무시간 기준만 보고 “초단시간 근로자이므로 퇴직금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이러한 실무 인식에 다시 한 번 경고를 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퇴직 당시에는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었고, 그 전후의 근로관계가 계속 이어져 있었다면, 과거의 초단시간 근무기간까지 포함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특히 학원강사, 시급제 강사, 파트타이머, 단시간 근로자처럼 근무형태가 수시로 바뀌는 인력 운영 사업장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줍니다.
초단시간 근로라는 이유만으로 퇴직금 리스크를 쉽게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출발점은 학원 강사의 퇴직금 청구였습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3월, 학원 강사가 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해당 강사는 한동안 주당 14시간을 일하며 다른 학원에도 함께 출강했고, 이후에는 특정 학원과 전임 계약을 맺어 주 6일 강의를 했습니다. 퇴사 후 강사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퇴직금을 청구했지만, 학원은 이를 거절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학원 측 주장이 아주 낯설지는 않습니다.
초단시간 근무기간이 있었고, 여러 학원에 출강했으며, 계약 형식도 전형적인 정규직 근로계약과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형식보다 실제 업무수행 방식과 근로관계의 실질을 더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법원은 왜 학원 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을까
이 사건에서 먼저 쟁점이 된 것은 강사의 근로자성이었습니다.
학원 측은 여러 학원에 출강했다는 점,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 기간이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계약 형식보다 실제 업무수행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계약서상 강사는 학원과 수시로 교재와 진도를 협의해야 했고, 신입생이나 학부모 상담을 한 경우에도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했습니다.
또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비록 수업방식 자체를 일일이 통제하지는 않았더라도 학원이 업무 전반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강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판단은 HR 실무에서도 익숙한 기준과 맞닿아 있습니다.
계약서에 ‘위탁’, ‘용역’, ‘프리랜서’라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해서 곧바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누가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초단시간 근무였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실무상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법원이 초단시간 근무기간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른 학원에 함께 출강했다는 사실이나 전속성이 약했다는 점도 근로자성 판단을 좌우하는 절대 기준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즉, 주 15시간 미만 근무 여부는 일부 권리 적용 범위를 판단하는 요소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곧 근로자성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한 셈입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초단시간 근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프리랜서에 가깝다고 단정하거나, 법적 보호 범위 밖에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판결은 그런 접근이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초단시간 근무기간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퇴직금 산정 범위입니다.
학원 측은 설령 강사를 근로자로 보더라도, 초단시간 근로자로 일한 기간만큼은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퇴직급여법상 초단시간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부분에서도 학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퇴직금 산정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시기의 주당 근로시간만이 아니라, 전체 근로관계가 계속적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라고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 중간에 초단시간으로 일한 시기가 있더라도 근로관계의 동일성과 계속성이 유지되었고, 퇴직 당시에는 더 이상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었다면 전체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지점이 바로 이번 판결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입니다.
많은 사업장에서는 초단시간 근무기간을 당연히 퇴직금 산정에서 제외되는 기간으로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시간을 기계적으로 잘라 보기보다, 하나의 계속된 근로관계 안에서 이루어진 근무인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퇴직 당시의 상태’와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습니다
이번 판결이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초단시간 근로 여부를 시기별로 단순 분절해서 볼 수만은 없다는 점입니다.
근로자가 처음에는 초단시간으로 일했더라도 이후 근로시간이 늘어나 전임에 가까운 형태로 전환되었고, 그 전체 과정이 하나의 계속된 고용관계로 이어졌다면, 퇴직금 판단 역시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한때 초단시간 근로자였는가”보다 “전체적으로 같은 사용자 아래에서 계속 근무했는가”를 더 중시했습니다.
이 판단 구조는 향후 단시간 근로자 운영이 많은 업종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해당 여부도 함께 문제 됐습니다.
학원 측은 자신들이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이므로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서 연차수당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강사들을 포함한 전체 인원을 기준으로 볼 때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사용자 측이 근로자성과 함께 5인 미만 사업장임을 동시에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제 인원 산정에서는 사업주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은 범위의 인력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형식적으로 제외해 두었던 강사들이 실질적으로는 상시 근로자 수 판단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HR 실무에서는 무엇을 점검해야 할까
이번 판결은 HR 실무에 몇 가지 분명한 시사점을 남깁니다.
먼저, 초단시간 근로 여부만으로 퇴직금 리스크가 자동 차단된다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동일한 사람이 일정 기간 초단시간으로 일하다가 이후 소정근로시간이 늘어나거나 전임 형태로 전환된 경우라면, 그 사이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강사·프리랜서·위촉직 등 계약 명칭보다 실제 운영 방식이 더 중요합니다.
교재, 진도, 상담, 보고, 출결, 평가, 제재와 같은 요소가 사업주의 지휘·감독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육업이나 서비스업처럼 외형상 자율성이 커 보이는 직무라도, 업무 운영 전반이 사용자 통제 아래 있다면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소규모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5인 미만 여부는 훨씬 엄격하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형식상 제외해 둔 인력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상시 근로자 수 산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분쟁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근로자 수 산정 방식과 인력 운영 실태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예외가 아닙니다
이번 판결은 “초단시간 근로자이니 퇴직금은 없다”는 단순한 공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근로시간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업무를 지휘했는지, 근로관계가 계속됐는지, 중간의 근무형태 변화가 하나의 고용관계 안에서 이어진 것인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학원, 교육업, 플랫폼형 강사 운영, 단시간 인력 활용이 많은 사업장이라면 이번 판결을 단순한 특수사례로 넘기기보다, 현재의 계약서 문구와 실제 운영 방식이 일치하는지, 초단시간 근무기간 이후 근무형태 변경이 있었는지, 퇴직금 산정에서 누락될 수 있는 기간은 없는지까지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Posted by 이재헌 기자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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