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베테랑 인사실무자라고 하더라도 직원에게 사직을 권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권고사직은 최종적으로 근로자가 사직을 수용해야 근로관계가 종료됩니다.
만약 근로자가 큰 업무상 손해를 끼치거나, 비위행위를 저지르는 등 징계해고에 준하는 잘못을 한 경우라면 권고사직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지만 단순히 근로자의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실적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사직을 권한다면 그 수용성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사직을 권유하는 면담과정에서 자칫 잘못된 언행으로 불필요한 분쟁이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이번 HR포스팅에서는 권고사직 면담 시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사직 종용 횟수가 많지 않고 그 강도가 세지 않은 경우라도 근로자는 이를 해고로 받아들일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표이사가 식사 면담을 하면서 "면접 내용과 달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니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다음 날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 예정이냐?"라고 물어본 사례(서울행정법원 2015. 12. 3. 선고 2015구합55448 판결)를 보면 사직 종용 횟수가 두 번밖에 되지 않고 그 강도가 세지 않았음에도 근로자는 해고라고 받아들였고, 업무일지에 '오늘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기재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권고사직 면담이 사실상 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해고의 권한이 있는 사용자가 먼저 업무 능력 부진을 이유로 사직을 제안한 점, 근로자가 다음 날 일일업무일지에 '오늘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기재하였는데 사용자가 이를 묵인한 채 도장을 찍은 점, 이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출근명령을 하지 않은 점까지 고려한 판단입니다.
따라서 실무자는 면담 과정에서 언행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말'을 할 때는 단정적인 어휘·어조 사용을 지양해야 합니다. 경영 상황 등 권고사직 면담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이 면담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통보하려는 자리가 아니며, 권고사직 수용 여부는 본인의 선택이라는 점에 대해 충분히 안내해야 합니다.
아울러, '행동'도 주의해야 합니다.
권고사직 면담 도중 사용자가 일정한 조치를 하는 경우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고 말하면서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한 사례(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에서 최근 법원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사직 면담 이후 근로자의 책상을 사무실에서 뺀 사례(서울고등법원 2020. 6. 11. 선고 2019누65582 판결(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20두43173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판결 확정), 출입증을 회수해 사업장에 출입을 못 하게 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1. 2. 10. 선고 2010누23752 판결), 갑작스럽게 기존 수행 업무를 중단시킨 사례(울산지방법원 2018. 7. 5. 선고 2017가합23499 판결)에서도 사실상 회사의 일방적인 해고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권고사직 면담 이후 근로자가 고민해 보겠다고 하는 등으로 권고사직을 수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행위처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단절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인사조치, 예컨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하도록 비품 반납을 요구하는 조치, 면담 당일까지의 급여를 즉시 정산하는 조치, 4대 보험을 상실시키는 조치 등을 가급적 지양해야 합니다.
Posted by 김나영 노무사
홍익노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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