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해고감 같은데… 법원이 부당해고라고 본 결정적 이유
직장 내에서 동료를 불법 촬영해 형사처벌까지 받았다면, 대부분의 인사담당자는 “이 정도면 해고가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근로자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확정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회사의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비위행위의 중대성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주목한 것은 “해고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가”였습니다.
특히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상 해당 사안이 징계해고 사유이면서 동시에 통상해고 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는 경우, 회사가 징계위원회 등 징계 절차를 생략한 채 통상해고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이번 판결은 인사노무 실무에 분명한 메시지를 줍니다.
비위행위가 명백하고 형사 유죄가 확정됐더라도, 절차를 잘못 밟으면 해고는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1. 사건 개요: 불법 촬영 유죄 확정 후 회사는 곧바로 해고
문제가 된 근로자 A씨는 회식 자리에서 동료 B씨가 노상 방뇨를 하는 모습을 동의 없이 촬영했고, 해당 사진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게시했습니다.
또한 탈의실에서 B씨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직접 전송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후 회사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A씨를 해고했습니다.
다만 회사는 이 과정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별도의 징계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즉, 회사는 이를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로 처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A씨는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2. 노동위원회와 1심, 2심 판단은 어떻게 갈렸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아님
초기 판단은 회사 측에 유리했습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의 해고를 부당해고로 보지 않았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징계절차 없는 해고는 문제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해당 사안은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기초한 해고인 만큼, 회사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부당해고라고 판단했습니다.
🔹1심: 통상해고 가능하므로 절차 생략 가능
1심 법원은 다시 회사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문언상 징계해고뿐 아니라 통상해고도 가능하다면, 굳이 징계해고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해고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A씨의 행위는 동료와의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회사 내 질서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해고 사유 자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징계해고 사유까지 해당한다면 징계절차 거쳐야
하지만 항소심은 결론을 뒤집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회사가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상, 이 해고는 절차적 정당성이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2심이 부당해고라고 본 핵심 이유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것입니다.
“징계해고 사유와 통상해고 사유가 모두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
2심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확장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함에도, 회사가 절차가 더 간단한 통상해고 형식을 택해 징계절차를 우회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즉, 사용자가 “어차피 해고 가능한 사안이니 통상해고로 처리하면 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비위행위를 이유로 한 해고라면 그에 맞는 절차적 통제가 따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4. 왜 ‘유죄 확정’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실무에서는 형사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해고 정당성이 상당 부분 확보됐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유죄 확정 = 자동으로 적법한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2심은 특히 다음과 같은 사정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① 집행유예였지, 실형 수감 상태는 아니었다
A씨는 실형으로 수감돼 근로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즉, 회사가 징계절차를 생략해야 할 정도의 긴급성 또는 불가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징계절차를 생략할 ‘특별한 사유’가 없었다
비위행위가 중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징계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회사가 변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절차를 건너뛸 만한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③ 해고에서는 ‘사유’뿐 아니라 ‘절차’도 독립적으로 중요하다
해고는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가장 중대한 인사처분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해고 사유의 타당성뿐 아니라, 그 과정이 적법했는지를 별도로 엄격하게 봅니다.
이번 사건은 바로 그 지점에서 회사가 패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이번 판결이 인사담당자에게 주는 실무 시사점
①비위행위가 중대해도, 징계절차는 생략하면 안 된다
형사 유죄판결, 직장질서 문란, 조직 내 신뢰 훼손 등 해고 필요성이 충분해 보이더라도,
그 사안이 본질적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면 징계위원회 개최, 소명 기회 부여, 의결 절차 준수가 우선 검토돼야 합니다.
②취업규칙상 ‘통상해고 가능’ 문구만 믿고 처리하면 위험하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통상해고 조항이 있다고 해도,
그 사유가 실제로는 근로자의 귀책행위에 대한 제재 성격을 가지면 법원은 이를 징계해고 영역으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문언만 보고 단순하게 “통상해고도 가능하니 절차는 생략해도 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③형사사건 연계 해고는 더 신중해야 한다
형사 유죄판결이 난 사건은 감정적으로도 강하게 대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인사처분은 형사판결과 별개로 회사 규정, 징계사유 해당 여부, 양정, 절차적 정당성을 따로 점검해야 합니다.
④‘해고 가능성’보다 ‘해고 방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회사는 “해고 사유가 충분하다”는 판단에만 집중했지만,
결국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해고를 어떤 절차와 형식으로 했는가였습니다.
실무에서는 종종 해고 사유 검토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실제 소송이나 노동위 단계에서는 절차상 하자가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Posted by 이동희 기자
월간 노동법률
'인사, 노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드라마처럼 사표 던지고 바로 회사 나오는 게, 현실에선 안 되는 이유 (0) | 2026.04.03 |
|---|---|
| [행정해석]근로자가 본인의 통장이 압류되어 임금을 현금으로 직접 지급받기를 요구하는 경우 사용자가 이에 반드시 응하여야 하는지 여부근로기준정책과-2084 (2022.07.04.) (0) | 2026.03.31 |
| 🤔직장 내 괴롭힘 조사결과, 매끄럽게 통보하는 방법 (0) | 2026.03.24 |
| 업무 단톡방에 음란물 전송 실수… 회사도 배상 책임 진다 (0) | 2026.03.19 |
| 같은 카톡 해고 통지인데, 왜 하나는 유효하고 하나는 무효일까? (0) | 2026.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