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내 노사관계에 새판이 열렸다.
노란봉투법은 원청과 하청 노조의 교섭을 가능하게 해 간접고용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3권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분쟁이 증가하고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다.
국회는 24일 오전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전날 국회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결 후 이날 진행된 표결에서 재적 298인, 재석 186인, 찬성 183인, 반대 3인으로 최종 가결됐다.
이날 표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주도로 진행됐다.
이날 국회 보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 확대(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 ▲노동조합의 소극적 요건 삭제(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노동쟁의 개념 확대(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 ▲손해배상책임 제한(노동조합법 제3조ㆍ제3조의2)을 골자로 한다. 법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사용자 개념 확대, 원ㆍ하청 교섭 길 열려
먼저, 이번 개정으로 사용자 정의가 변경된다.
현행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개정안은 기존 정의에서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역시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를 단서로 추가했다.
이는 사용자 개념에 '실질적 지배력'을 추가한 것으로, 실질적 지배력설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ㆍ구체적 지배력과 결정권이 있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다.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것이 인정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청은 하청 근로자와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법상 의무를 회피할 수 없게 된다.
▎특고ㆍ플랫폼 종사자도 '단결권' 보장
현행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엔 이를 노동조합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소극적 요건을 두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삭제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 등 다양한 이하는 사람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노동쟁의 개념 확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한 것도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동쟁의 정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의미한다.
개정안은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했다.
개정안은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지위'에 관한 사항으로도 노동쟁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수정하고, 문구를 추가해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한 발생한 분쟁상태도 노동쟁의 개념에 포함했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해 손배가압류 고통 줄인다
노동조합법 3조엔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규정들이 대거 신설됐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했는데, 개정안은 여기에 더해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사용자가 입은 손해에 대해서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손해를 가한 경우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는 규정을 새로 추가했다.
또한, 법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새롭게 추가됐다.
지난 2023년 6월 나온 대법원 판결을 명문화한 것이다.
개정안은 노동조합과 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한 경우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경제상태, 부양의무 등 가족관계, 최저생계비 보장 등을 고려해 감면 여부와 정도를 판단해야 한다.
개정안엔 신원보증인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노동조합 운영을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도 새로 추가됐다.
▎고용부, 준비 6개월간 TF 설치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전 개정안 의결 이후의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법 시행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TF를 구성해 주요 쟁점과 우려사항을 파악할 계획이다.
TF에 노동계, 경영계와의 상설 소통창구를 설치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제시되는 판례와 판단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교섭 절차, 노동쟁의의 범위 등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지방고용노동청을 통해서도 노란봉투법에 취약할 수 있는 권역별 주요 기업들을 진단하고,
필요 시 교섭 과정에서의 컨설팅 등을 지원해 원ㆍ하청이 상생할 수 있는 교섭 사례를 창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이번 개정은 산업현장에서부터 노사의 대화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 촉진법이자 상생의 법, 노동과 함께하는 진짜 성장법"이라며 "투쟁과 대결이 아닌 책임 있는 대화와 타협의 노사관계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교섭이나 무제한 파업, 불법파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노사 양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노사관계 당사자인 경영계와 노동계에서도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노동계, 20년 숙원 이뤘다…잇따라 "환영"
노동계 입장에선 노란봉투법 통과로 20여 년의 숙원이 이루어졌다.
노동계는 오래 전부터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간접고용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회사의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로 노조 활동이 위축되고 근로자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노동계는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특수고용ㆍ하청ㆍ플랫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을 상대로 노조 할 권리를 대폭 확대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렸다"며 "개정안의 취지가 퇴색되거나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 시 추가 입법을 통해 노동기본권의 완전한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손배가압류 노조 탄압 중단하라, 진짜 사장 나와라, 노조법을 개정하라'는 우리의 외침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며 "오늘의 성과는 그 숭고한 희생이 만든 역사적 결실"이라고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진짜사장 교섭 쟁취 투쟁본부'를 즉각 가동해 2026년 3월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는 순간부터 그 힘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만들 것"이라며 "2026년을 '비정규직ㆍ특수고용 권리 쟁취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교섭권 보장, 노동자성 확대를 실질로 만드는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도 성명을 내 환영의 뜻을 전했다. 금속노조는 "재계는 개정법에 혼란만 강조하지만, 우려는 산별교섭, 초기업교섭으로 풀면 된다"며 "금속노조는 본격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원청을 상대로 교섭과 투쟁을 벌이는 길에 나선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개정안 국회 통과에 유감을 표했다.
경제6단체는 "국회에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제6단체는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됐지만 노동조합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하다"면서 "이를 둘러싸고 향후 노사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회는 산업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도록 보완 입법을 통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경제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충실히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Posted by 이동희 기자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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